수많은 괴물 중에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많은 야구팬들이 마쓰자카 다이스케(41)를 기억할 것 같습니다. 요코하마 고교에 다니던 마쓰자카는 1998년 고시엔 대회 PL학원과의 8강전에서 연장 17회까지 무려 250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을 거뒀습니다. 이튿날 준결승에 다시 구원 등판했고, 그 다음 결승전에서는 선발 등판해 노히트 노런까지 기록했습니다. ‘괴물’의 탄생에 일본은 열광했었지요.
마쓰자카는 2006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며 108승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습니다. 더욱 놀랍게도 그는 218경기의 등판 중 무려 72회의 완투를 했습니다. 2005시즌에는 28경기 선발 등판에서 15경기를 끝까지 책임졌습니다. 무지막지한 ‘이닝 이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세이부에서 뛴 8년 동안 완봉승은 무려 18차례나 됩니다.
처음 2년간은 좋았습니다. 2007년에는 15승을 거두며 연착륙했고, 2008년에는 18승 3패 평균자책점 2.90의 놀라운 모습을 보였지요. 당시 현지에서는 마쓰자카가 ‘마구’의 일종인 자이로볼을 던진다는 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실체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총알이 날아가는 것처럼 공이 진행하는 방향을 축으로 공이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공을 던져 타자들이 치기 힘들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미국에서의 마쓰자카는 이미 예전처럼 1회부터 9회까지 내리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습니다. 변화구 구사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속구보다는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가 되어 있었지요. 거기다 팔꿈치와 어깨, 목 등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결국 나머지 4년간은 합해서 17승을 올린 뒤 보스턴을 떠나게 됩니다. 2013년과 2014년 2년간은 뉴욕 메츠에서 뛰었지만 두 해 동안 6승 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또 한 명의 투수가 야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어깨는 쓸 수록 단된련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가 좀더 어깨를 아꼈다면 좀더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PS. 일본 대표팀의 주축 투수였던 마쓰자카는 한국과도 여러 차례 상대했습니다. 2006년과 2009년 WBC에서 두 대회 연속 MVP를 차지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한국에는 그의 ‘천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민타자’ 이승엽입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예선에서는 이승엽은 마쓰자카를 두들겨 홈런을 쳤습니다.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0-0 동점이던 8회 말 마쓰자카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렸지요. 그 대회에서 이승엽은 마쓰자카를 상대로 8타수 2안타 5삼진을 기록했는데 그 2개의 안타가 모두 결정적인 타구였습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