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 강당에서 열린 대구경북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지지자들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대구=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그제 부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면 적재적소 인사와 권한의 위임, 시스템 국정 운영 등을 하겠다며 난데없이 전두환 사례를 인용한 것이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이준석 대표도 “정치 언어가 미숙했다는 것을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하는 등 국민의힘 안에서도 지적과 비판이 쏟아진다. 윤 전 총장의 실언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인식과 소양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봄’과 5·18 광주민주항쟁을 짓밟고 들어선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저지른 온갖 비리와 인권 탄압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국민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전두환 정권은 삼청교육대 운영과 강제 징집, 강제통폐합 및 보도지침을 통한 언론 탄압,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하는 일들을 수도 없이 자행했다. 기업들로부터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걷어 부정축재를 하고, 정보기관을 동원해 국회를 손안의 공깃돌처럼 주물렀다. 그러다가 자초한 것이 1987년 6·10 민주항쟁이고, 거리로 나선 국민들이 피 흘려 쟁취해낸 것이 대통령 직선제와 87년 체제다.
신군부의 권력 찬탈 자체가 윤 전 총장이 대학 1, 2학년 때 벌어진 일이다. 이런 역사를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면 어떻게 “정치는 잘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겠나. 더욱이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신을 “시대적 상황이 불러낸 역사의 도구”로 평가하는 등 자신의 과오를 일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완용이 나라 판 것을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여당 비판을 정치 공세로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