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 교수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에서 스쾃을 하고 있다. “환갑에 허벅지 둘레 60cm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그는 미국 유학 시절 건강을 잃은 뒤 평생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1991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박사과정 시절이었다. 짧은 영어로 따라가려다 보니 잠을 줄여 가며 공부에 매진해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과로로 쓰러졌다. 그때 체득했다. 뇌력을 발휘하려면 체력이 먼저 돼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생존 차원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58)는 미국 유학 시절 건강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뒤 운동을 평생 생활화하고 있다. 수업 및 각종 강연, 방송에서 운동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언뜻 보면 체육과 교수로 보일 정도다.
스포츠 왕국 미국의 대학은 체육시설이 좋았다. 유 교수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도 키우고 걷고 달리는 유산소 운동을 병행했다. 몸이 건강해지자 공부도 더 잘됐다. 유 교수는 “몸은 나의 중심이다. 근간을 이루는 몸이 무너지면 모든 감성과 지성, 그리고 영성이 무너진다. 몸이 바로 서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도 처음엔 뇌력이 먼저인 줄 알았다. 그는 수도공고를 졸업하고 취업했다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고시에 합격한 체험수기를 본 뒤 ‘인생 역전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느끼며 법대에 진학하려고 했다. 그런데 교육공학과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다 쓰러진 뒤 신체 건강의 중요성을 체득한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 머리는 절대 몸을 통제하지 못한다. 정신력이 아닌 체력이 더 중요하다.”
유 교수는 2015년 해발 5895m 킬리만자로에 오를 때 다시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산을 오를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져 더 이상 못 움직일 것 같은 극한 상황이 왔다. 머리로는 가자고 하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체력이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체력이 없으면 몸은 머리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진국 미국은 체덕지(體德智)를 강조한다. 지덕체(智德體)를 앞세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갈 가장 중요한 기본인 몸을 안 움직이며 머리로만 공부해선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없다.”
유 교수는 매일 운동하고, 책 읽고, 책 쓰는 것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쓴 책만 번역서를 포함해 90권이 넘는다. 연구 논문도 다른 교수들에 비해 10배는 많다. 체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올 초에는 ‘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를 썼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이 없으니 운동을 강조한 책이다. 그는 “돈도 체력이 있어야 번다. 재테크는 실패할 수 있지만 근(筋)테크는 절대 실패할 수 없다. 돈 번 뒤 병원에 누워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했다. 유 교수는 “100세 시대의 화두는 건강과 행복이다. 과거엔 50대가 정년이었다. 이젠 5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신체성, 즉 건강이 확보돼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다.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