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드드뢰 ‘안락의자에 앉은 퍼그’, 1857년.
‘개 팔자가 상팔자’는 주인 잘 만나 호화롭고 평안하게 사는 개를 부러워할 때 쓰는 말이다. 삶이 고되고 고생스러울 때 넋두리로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알프레드 드드뢰의 그림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개가 등장한다. 배불리 먹고 마신 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꼭 사람 같다. 화가는 왜 개를 사람처럼 묘사한 걸까? 특정인에 대한 풍자일까?
유명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난 드드뢰는 화가 삼촌 덕에 13세 때부터 낭만주의 미술 거장 테오도르 제리코에게 그림을 배웠다. 스승의 영향으로 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말 그림이나 동물에 빗댄 이중 초상화로 큰 인기를 얻었다. 승마와 사냥을 즐겼던 나폴레옹 3세의 총애를 받았고, 개를 좋아했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그림 주문을 받을 정도로 동물화가로 크게 이름을 날렸다.
이 그림은 화가로서의 명성이 절정에 달하던 47세 때 그렸다. 화면 속엔 퉁퉁한 퍼그 한 마리가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아있다. 뒷다리는 쩍 벌리고, 앞다리는 점잖게 모은 채 의자에 등을 편히 기댔다. 푸른 천을 씌운 탁자 위에는 반쯤 마신 술잔과 먹다 만 간식이 놓여 있고, 읽다 만 듯한 ‘르 피가로’ 신문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한눈에 봐도 부유하고 교양 넘치는 개다. 빵빵한 배를 보니 식곤증에 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낮술에 취한 것 같기도 하다. 웬만한 사람 팔자보다 나아 보여 부럽기까지 하다. 실제 개가 신문을 읽고 술을 마실 수는 없는 법. 신분 높은 권력자나 부유한 지식인을 빗댄 이중 초상화로 보인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