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처음… 1만명 학살조력 혐의 지난달 탈출 시도하다 경찰에 검거 스카프에 선글라스 쓰고 법정 출두
독일 사법당국이 도주한 96세 여성 나치 전범을 체포해 법정에 세웠다.
독일 주간 슈피겔 등에 따르면 북부 이체호 지방법원은 나치의 1만1000명 학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름가르트 퓌어슈너(사진)에 대한 재판을 19일 시작했다. 지금까지 재판을 받은 나치 전범 가운데 여성은 퓌어슈너가 처음이다.
퓌어슈너는 1943∼1945년 폴란드 북서부 도시 그단스크 일대에 설치된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근무했다. 이 수용소에는 최소 6만 명 이상의 유대인, 폴란드인 등이 포로로 잡혀와 독가스 주입으로 집단 학살됐다. 당시 퓌어슈너는 아돌프 히틀러의 심복이자 해당 수용소 사령관이었던 파울베르너 호페 사령관의 비서로 일했다. 그녀는 전쟁이 끝난 후 성을 퓌어샴에서 퓌어슈너로 바꿨다. 나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때마다 혐의를 부인했지만 조사 끝에 당시 포로 명단 등을 관리하는 등 나치의 학살을 직접 도운 것으로 확인돼 올해 2월 기소됐다.
앞서 이달 7일에는 소련군 포로 학살에 가담한 나치 친위대 경비원 요제프(100)의 재판이 열렸다. 외신들은 요제프와 퓌어슈너의 재판이 나치가 저지른 만행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독일의 과거 청산 방식을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