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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낙법서 배웠다… 3m높이서 가볍게 착지

입력 | 2021-10-22 03:00:00

사족보행로봇 ‘미니치타’ 착지 연구
충격완충 신발 착용해 안정성 높여



사족보행 로봇 ‘미니치타’. 노터데임대 제공


어른 키를 훨씬 뛰어넘는 3m 높이에서 떨어져도 고양이처럼 사뿐히 내려앉는 로봇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노터데임대의 전기공학과 린 하이 교수 연구팀과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과 패트릭 웬싱 교수 팀은 사족보행 로봇 ‘미니치타’의 발에 충격을 완충할 500g 무게의 신발을 신기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에도 안전하게 착지하게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했다.

미니치타 로봇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과학자인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네이버랩스 기술고문) 팀이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이다. 키 30cm, 무게 9kg이며 최고 초속 3.7m로 달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사족보행 로봇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높은 데서 떨어질 때는 제대로 착지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노터데임대 연구팀은 로봇이 안전하게 착지하려면 다리를 휘둘러 고양이처럼 공중에서 회전해야 하고, 그러려면 발이 어느 정도 무거워야 유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로봇의 각 발에 3차원 프린터로 찍어낸 신발을 신기고 신발마다 5센트 동전을 20개씩 넣어 무게를 더했다. 연구팀은 뜨거운 물체를 만지면 즉각 손을 떼는 ‘반사 반응’에서 답을 찾았다. 연구에 참여한 빈스 커츠 박사과정연구원은 “로봇이 떨어지는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거치면서 AI가 가장 안정적인 궤적을 찾도록 학습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고양이를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양이는 추락하는 동안 몸을 180도 회전하면서 균형을 잡는데, 미니치타는 최대 90도까지밖에 몸을 돌리지 못한다. 더 큰 각도로 회전하면 로봇의 몸과 다리가 서로 부딪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현재 2차원 시뮬레이션을 3차원으로 구현하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니치타 로봇이 고양이처럼 완벽한 착지 기술을 익히면 재난구조 현장은 물론이고 달 같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