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 활동이 지난 2009년 사찰 중단 직후보다 훨씬 확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로시 총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브라이언 핀레이 대표와의 화상 중계 인터뷰에서 “2009년 우리 조사관들이 (접근을) 차단당한 때와 상황이 다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그로시 총장은 지난달 IAEA 총회에서 북한이 플루토늄 분리, 우라늄 농축 등 작업을 전력 추진(full steam ahead)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북한 내 다른 시설도 가동 중이라는 징후가 있다”라며 “내가 ‘전력 추진’이라고 말한 건 이런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북한의 우라늄 농축 역량에 관해서는 “나는 추측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싱크탱크와 분석가 등이 하는 건 타당하고 긍정적이지만, 조사관으로서 나는 추측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 활동이 증가했다며 “거기 있는 건 더는 화합물(compound)이 아니다. 그곳에 있는 건 그보다 훨씬 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일련의 상황을 “큰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핵으로 인한 위기가 다시 발발할 가능성을 거론,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며 검증 등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해당 발언은 IAEA 총장이 아니라 국제 사회 시민으로서 하는 말이라고 전제했다.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뭔가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래야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움직일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로시 총장은 이와 함께 “(토니) 블링컨 외무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평양과의 협의를 되살리려 노력 중이라는 점을 내게 다시 확인시켰다”라고 했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18일 블링컨 장관과 국무부에서 만났었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대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전방위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 선언을 두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장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최근 릴레이 외교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미 간 협의가 무르익는 가운데 북한은 지난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강행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북한은 이후 이번 발사가 미국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라 국가 방위 사업 일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화 여지를 열어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