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5년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병원까지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박 교수가 병원 근처 서울역사박물관 산책로를 걷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런 사례는 흔하다.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54)도 그랬다. 병원 주변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가장 많이 갔을 때가 주 2회였다. 운동량이 부족하니 체중도 늘었다. 음식에 좀 신경을 썼더니 체중이 더 늘지는 않았지만 근육량은 줄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박 교수는 출퇴근길을 활용했다. 덕분에 몸 상태도 좋아졌단다.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박 교수의 건강법을 들어 봤다.
●“출퇴근 자체가 완벽한 운동”
언젠가 출근하는 전철 안에서 친한 병원 동료를 만났다. 그 후배가 병원 두 정거장 전에서 내렸다. 이유를 물었더니 걷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박 교수는 그런 후배를 보며 큰 감흥이 없었다.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5년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병원까지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박 교수가 병원 근처 서울역사박물관 산책로를 걷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걷는 속도는 시속 6㎞ 정도.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출근하는 데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처음에는 주 3회 정도 이렇게 출근했다. 걸어 보니 좋았다. 얼마 후 매일 걷기로 바꿨다. 이후 출근길 걷기를 가급적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걷는다. 날씨가 너무 나쁘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부터 서울시청역까지 연결된 지하도를 걷는다.
출근길 걷기가 익숙해지자 퇴근길 걷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병원과 학회 업무도 많았고, 저녁 약속도 많았다. 매일 퇴근길 걷기는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저녁 약속이 크게 줄었다. 이젠 퇴근길 걷기도 매일 한다. 코스는 출근길 코스와 같다. 가끔 여유가 있을 때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지나쳐 30분 이상을 더 걷기도 한다.
●하루 2만 보 이상 걸어
박 교수는 걷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 출퇴근길에 걷고 병원 안에서도 많이 걷다 보니 매일 2만 보를 넘는다. 박 교수는 “사실 처음에는 매일 1만 보 걷는 게 목표였는데, 걷다 보니 그 정도로는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2만 보로 올렸다”고 말했다. 출퇴근하지 않는 휴일에도 걷는다. 아내와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집 주변 공원으로 간다. 평일처럼 2만 보는 걷지 못하지만 웬만하면 1만 보는 채운다. 휴일에 가끔 골프장에 갈 때도 카트를 타지 않고 18홀 내내 걷는다.
걷고 난 후에는 스트레칭을 한다.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동작 위주로 한다. 박 교수는 “몸이 쑤시는 채로 그냥 두면 나중에 더 아플 수 있어 스트레칭도 걷기 일환으로 생각하고 반드시 한다”고 말했다.
매일 이렇게 걸으면 오히려 피곤하지 않을까. 아주 고강도의 근력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피로감을 많이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도 몸이 쉴 필요가 있단다. 이를 위해 휴일에 반나절 정도는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다만 수면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어 잠은 몰아서 자지 않는다. 대신 밀린 책도 읽고, 인터넷 영상도 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5년 동안 출퇴근 걷기의 효과
박동일 교수가 청계천 산책로를 걸으면서 찍은 ‘셀카’. 박동일 교수 제공
미국에 있는 딸과도 출근 시간에 영상통화로 대화한다. 몇 달 전에는 대학을 졸업한 딸의 진로를 놓고 여러 날에 걸쳐 출근 화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업무량도 많고 미국과 시차가 있어 좀처럼 하지 못하던 통화를 이틀마다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최적의 해법을 찾아냈단다. 걷기가 생활의 일부를 넘어 치유의 도구가 됐다.
출퇴근길 걷기 요령은…
박동일 교수는 걷기를 끝내면 반드시 스트레칭을 한다. 주로 발을 쭉 뻗는 동작을 많이 하며 상체 스트레칭도 곁들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첫째, 걷기용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편한 구두라 해도 발에 무리가 간다. 출근 후 발에 땀이 찰 수 있기 때문에 사무실에 여분의 양말과 신발을 두는 게 좋다. 하루 이틀로 끝낼 게 아니기 때문에 자외선에도 대비해야 한다. 가급적 모자를 쓰고 걷도록 하자. 와이셔츠를 잘 안 입는다. 겉에는 양복을 입지만 면으로 입는다. 습관이 되니까 20분 지나면 땀이 식는다. 옷은 갈아입고 연구실 옷장에 여벌의 옷과 양말 같은 것을 놓는다.
둘째, 입문 단계에서 속도를 너무 내서는 안 된다. 무릎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발바닥 통증도 나타나기 쉽다. 빨리 걸으려는 욕심을 줄이고 천천히 걷도록 하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속도를 서서히 올린다.
셋째, 걷기 위한 자기만의 코스를 개발하는 게 좋다. 사람이 많거나 도심 거리는 일단 피하도록 하자. 한적한 거리라 해도 신호등이 많으면 피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걷기에 좋은 코스를 찾도록 하자. 이렇게 하려면 처음에는 여러 코스를 걸어봐야 한다.
넷째,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도 줄이고, 그 시간에 걸어야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리를 건너거나 복잡한 도심을 통과해야 할 때가 아니면 대중교통도 줄이고 걷도록 하자.
다섯째, 걷기를 끝냈다면 마무리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걷기 전, 혹은 걷는 도중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더라도 운동을 끝낸 후에는 꼭 스트레칭을 하자. 그래야 뭉치고 수축된 근육을 풀어줄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