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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만배 → 유동규, 700억 건넬 4가지 시나리오 짰다

입력 | 2021-10-23 03:00:00

[대장동 개발 의혹]
① 유동규 회사 주식 고가 매입 ② 직접 배당 ③ 증여 ④ 소송 거쳐 전달
유 “도와준 대가 지급하라” 요구
김, 세금 뺀 428억 주기로 합의… 檢, 특혜 대가 뇌물약속으로 판단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피의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인 14일 기각되자 15일 0시에 김만배씨가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해 10월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노래방.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만났다. 유 전 직무대리는 김 씨에게 “그동안 도와준 대가를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김 씨는 “그동안의 기여를 감안해 700억 원 정도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700억 원을 어떤 형태로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김 씨가 맨 처음 제안한 방식은 유 전 직무대리의 별명인 ‘유원’을 따 설립한 비상장회사 유원홀딩스의 주식을 김 씨가 고가에 매수하는 방식이다. 주식양수 대금에 700억 원을 반영해 유 전 직무대리에게 넘긴다는 제안이었다. 유원은 유 전 직무대리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장 직무대리로 근무할 당시 유 씨 성을 가진 첫 번째 직원이라는 뜻으로 직원들이 부르던 별명이었다.

유 전 직무대리가 천화동인 1호로부터 700억 원의 배당금을 직접 받거나 김 씨가 천화동인 1호로부터 700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뒤 유 전 직무대리에게 증여하는 방법 등도 제시됐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수익으로 천화동인 1∼7호 중 가장 많은 1208억 원을 배당받았다.

유 전 직무대리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아이디어도 김 씨가 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내가 천화동인 1호 주식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하며 화천대유에 명의신탁 소송을 제기한 뒤 화천대유가 재판을 통해 남 변호사를 거쳐 유 전 직무대리에게 700억 원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유 전 직무대리와 김 씨 등은 올 2월 22일부터 4월까지 수차례 만나 700억 원에서 세금과 공통경비 등을 제외한 428억 원을 유 전 직무대리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검찰은 2014∼2015년 유 전 직무대리가 김 씨에게 특혜를 제공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700억 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받은 것은 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직무대리의 변호인은 22일 “유 전 직무대리는 심약한 성격이라 공직자로 채용된 이후 뇌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남달랐다. 위례 사업이나 대장동 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장동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김 씨가 자신에게 수백억 원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 씨 동업자들 사이에 끼여 녹음을 당하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하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잘못 몰린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유 전 직무대리 측은 이달 3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직후 “700억 원은 유 전 직무대리가 김 씨와 대화하며 ‘줄 수 있냐’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고, 실제로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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