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직원모임 만들어 옛 조직문화 개선 운동 일상화해 무기력-우울증 해소 1800명 함께하는 소통 라이브 진행
산림청이 9월 최병암 산림청장과 젊은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가운데 칸막이를 설치하고 참석자들의 음성을 변조한 게 눈에 띈다. 산림청 제공
대한민국 국토의 67%를 차지하는 산림. 이를 관리하는 산림청. DMZ(비무장지대)에서 제주 한라까지 곳곳에 손길을 뻗쳐야 한다. 그만큼 ‘산림청’이라는 직장 명함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 곳곳에 분산돼 있다.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소통과 협력. 산림청이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다.
산림청 활력소, 정부혁신 어벤져스 ‘쾌지나 청청’
구성 당시에는 ‘청청TF(태스크포스)’라는 이름으로 월 2회 본청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조직내부의 개선과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처음은 설문조사부터 시작됐다. 복무, 일하는 방식, 업무 고충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설문을 실시하고 결과를 포스터로 제작했다. 그 결과 관습으로 굳어진 조직문화에 작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회식 때 술잔을 나누는 이른바 ‘잔 돌리기’ 문화, 서무가 식사와 회식 장소를 전담하는 ‘막내’ 문화가 산림청 이곳저곳에 부착된 ‘쾌지나 청청’의 편지와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간부급들의 작은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올해는 본청뿐만 아니라 11개 소속기관까지 확대돼 총 160명이 활동 중이다.
코로나19에도 마음은 가까이, 건강한 직장 만들기
산림청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직원들의 무기력함과 우울감 해소를 위해 비대면 건강 증진 프로그램 ‘오하운(오늘하루운동)’을 진행 중이다.
9월부터 두 달 동안 산림청의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시도는 운동은 즐기고 인증하면, 득점상, 특별상 두 분야로 나눠 우수 활동자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한다.
운동을 일상화하는 MZ세대의 트렌드가 공직사회에도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도전을 했지만 실패한 직원을 응원한다. 비대면이지만 함께하는 긍정 아이콘이다.
산림청은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조직사회에 재미요소를 더해 조직 소통에 한발 더 다가가고 건강한 직장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열린 청장실에서 MZ세대 직원과의 소통
9월 13일 산림청은 ‘소통의 날’을 맞아 최 청장과 함께하는 ‘열린 청장실’을 만들었다. MZ세대 직원들을 초청해 이들의 시선으로 산림청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진행된 것. 청장실에는 칸막이가 설치됐다. 음성변조 마이크까지 등장했다.
MZ세대들은 청장과의 대화가 평소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변조된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행사에 참여했던 1993년생 한 사무관은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칸막이가 있고, 음성변조까지 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서로의 자리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과 생각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온나라 이음 영상회의로 전 직원 소통 라이브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은 올해 뜨거운 감자였다. 목재수확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면서 대외적인 소통이 아닌 내부 소통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온나라 이음 영상회의’를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 소통 라이브를 진행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요즘, 모든 기관에서 영상회의는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회의실당 참여 인원이 300명으로 제한돼 있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참여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산림청에서는 발상을 전환했다. 회의실에 노트북 6대를 다각도로 설치해 1800명이 동시 실시간 접속이 가능하도록 했다. 1800명이 하나의 정책을 놓고 토론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8월 김용관 산림산업정책국장 주재로 운영한 소통 라이브는 산림청 직원 92%(1564명)가 참여했다. 이 같은 사례는 정책의사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소통의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소통이 곧 혁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