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0.1%p 하향 조정에 그쳐
현재 전 세계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논란은 인플레이션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대표 수치로 활용되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5%대 상승세를 기록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을 경신하고 있다. 한때 고(高)물가가 일시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중심이 추세적 현상으로 고착화할 것이라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요국 경제지표도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다 보니,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코스피 3000선이 붕괴하면서 2900선까지 위협받은 것도 이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실제로 1970~1980년대 초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사태였다. 당시 미국의 금본위제 폐지(1971), 중동발(發) 지정학적 불안 및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서방국가 원유금수 조치(1973년 10월, 1차 오일쇼크),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관세 부과(1974~1975), 이라크전쟁 발발 및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무기화(1980~1981년, 2차 오일쇼크)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1973년 9월 말 배럴당 3.1달러에서 1981년 10월 말 38.3달러까지 폭등했고,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경제 전반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미국은 해당 기간 10% 넘는 인플레이션, 3차례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
코스피 2900선 위협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그래프2’처럼 전 세계 최대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지표로 활용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 물가를 요인별로 분해해보면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민감한 공급 품목의 물가 기여도보다 수요 품목의 물가 기여도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한 물가상승은 순전히 공급 쇼크가 수요를 위축시키는 현상을 초래한 반면, 현 물가상승은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생기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현재 공급난發 인플레이션은 통제 가능 사안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려면 물가가 상승하면서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부터 전 세계 경제가 고물가 악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인지도 이성적으로 접근해봐야 한다. 10월 초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경제 전망을 확인해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공급망 차질 등으로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6.0%에서 5.9%로 0.1%p 하향 조정했으나, 2022년 전망치는 기존 4.9%로 유지했다. 외부 변수로 인한 충격에도 올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정도는 크지 않으며, 내년에도 전 세계 경제가 4% 이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므로 고물가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본다.
또한 내년에도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근거를 추가적으로 꼽자면, 현 공급난이 유발한 인플레이션은 통제 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력난도 중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며,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물류대란을 해소하고자 로스앤젤레스(LA) 항구를 24시간 체제로 가동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정학적 사안, 감염병 리스크가 아닌 이상, 그 외 공급난은 각 정부가 통제 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 인플레이션 사태가 주요국 증시를 조정 국면에 빠뜨리고,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예상보다 빠른 긴축정책에 돌입하면서 시중금리가 급등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내재된 요인들의 성격을 이해하면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금융시장 혼란 지속성이 길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1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