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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업자가 국감장 불려간 이유와 플랫폼의 항변[김도형 기자의 휴일IT담]

입력 | 2021-10-23 16:00:00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IT담], 첫 이야기로는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을 둘러싸고 최근에 벌어진 논란을 되짚어보려고 합니다.


독과점 문제와 과다한 수수료, 골목상권 침해 논란 속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올해 국정감사장에 세 차례나 출석해야 했습니다.


김 의장 뿐만 아니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비롯해 쿠팡, 야놀자 등 많은 플랫폼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올해 국감은 ‘플랫폼 국감’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요.


플랫폼 기업들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진통을 보여주는 일이겠습니다.


어떤 원인이 이런 상황을 빚어냈는지와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은 물론 한국 사회도 작지 않은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는 점을 카카오를 중심으로 가볍게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플랫폼 기업은 본질적으로 독과점을 지향


플랫폼 기업은 ‘승자독식’의 독과점을 지향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알 정도로 성공을 거둔 플랫폼 기업은 이런 독과점을 상당 부분 달성한 기업이라는 점이 이번 논란의 배경에 놓여 있습니다.


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은 모두 독점력을 기반으로 해야 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기업이 독점력을 갖게 되는 과정을 배달 음식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음식을 판매하려는 사업자와 음식을 주문하려는 고객, 모두가 더 많이 몰려드는 플랫폼일수록 사업자와 고객 양쪽에 더 쓸모가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는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사업자와 고객이 몰리는 흐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자는 더 많은 고객을, 고객은 더 많은 배달 음식점 선택권을 원할 뿐 어떤 플랫폼이 독과점 사업자가 되느냐 하는 문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배달 라이더 1000여명이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을 선언한 20일 강남구 배민 라이더스 남부 센터에 세워진 배달 오토바이들의 모습.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흐르면 영역은 이제 일부 독과점 플랫폼 기업만 남는 시장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 플랫폼 기업에게는 이미 확보한 사업자·이용자가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기업의 도전을 막아주는 강력한 ‘해자’로 작용하면서 다른 경쟁자가 새롭게 진입하기는 갈수록 힘이 들어집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그래서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고객을 늘리면 나중에 이익을 독식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제조업은 생산·판매량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서 생산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활용하는 온라인·모바일 시스템의 경우 초기에 구축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지만 사용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추가되는 비용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추가 비용에 대비했을 때 낼 수 있는 수익이 급격히 늘어날 뿐입니다.


메신저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일부 업무용 서비스 등 이용자들끼리의 상호 교류가 강조되는 플랫폼을 가정한다면 이런 특징은 더 강력해집니다.


나 혼자만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쓰지 않고 다른 메신저와 서비스를 쓴다면 교류나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모바일의 지배자로 떠오른 카카오, 수익화 과정에서 흔들



이런 가운데 기존에 국내의 개인용 컴퓨터(PC) 시대를 지배했던 플랫폼 기업은 네이버입니다. 온라인 검색 등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구축했습니다. (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매출 5조3000억 원, 영업이익 1조2000억 원가량의 기업입니다. )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운 카카오는 후발주자로 등장해서 시장을 뒤흔들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능력을 생각한다면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PC시대가 스마트폰 시대로 바뀌는 시점에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카카오톡을 대표하는 카카오 프렌즈의 캐릭터들. 카카오톡 홈페이지



그리고 올해 불거진 많은 문제는 2010년부터의 카카오톡 서비스를 통해 기반을 닦은 카카오가 수익성을 빠르게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입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기준 매출 4조1000억 원, 영업이익 4500억 원가량의 기업입니다.)


강력한 독점력을 가진 카카오톡 이용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시키는 노력에 나섰지만 지나친 영역확장이라는 비판과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마주한 것입니다.


이런 비판은 사실 네이버가 여러 해 전에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겪었던 진통을 카카오가 다시 한번 겪는 것이기도 합니다.




● 이번에도 택시 업계와의 충돌로 ‘폭발’


카카오를 놓고 봤을 때 올해 플랫폼 논란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이번에도 ‘역시’ 택시업계와의 갈등이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라는 앱을 통해 앱 기반 택시 호출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기업입니다.


카카오T는 큰 길에 나가서 택시를 잡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집에서 택시를 부르고 결제까지 연결되는 서비스를 한국에 안착시켰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에서는 초창기에 코웃음 치던 택시업계를 설득해서 자신들의 플랫폼에 태우고 열심히 이용자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습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선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그렇게 택시 호출 시장의 지배자가 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플랫폼에 올라탄 택시 법인과 개인택시 운전자로부터 일종의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용자들에게 추가로 서비스 요금을 받는 ‘스마트 호출료’를 최대 5000원까지 올리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폭발했는데요.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앞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더 종속될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반 이용자인 승객들에게 받는 돈을 더 올리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문제를 키운 것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에게는 택시 이용자에 비해 공급이 적은 시간대에 탄력적으로 스마트 호출료를 받고 이 호출료의 60%는 택시 기사에게 주는 방식으로 택시 운행 자체를 늘려보겠다는 입장이 있었습니다만…


일종의 공공 서비스인 택시에서 ‘가격’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면서 택시업계와 큰 충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과거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큰 갈등을 빚고 결국 ‘타다금지법’이 제정되면서 물러서야 했던 ‘타다’의 사례에서 봤던 것처럼 택시업계는 한국 사회에서 상당히 강한 발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영역에서의 실책은 결국 플랫폼 기업 전반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되는 도화선이 됐습니다.




● 카카오의 사업별 ‘각자도생’ 구도도 한몫

논란에 불이 붙으면서 터져 나온 카카오의 문제가 택시만은 아니었습니다.


앱 호출이 아니라 전화 호출을 기반으로 한 대리운전에 직접 진출하는 문제와 함께 ‘카카오헤어샵’처럼 이른바 골목상권으로 불릴만한 영역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카카오가 직접 미용실을 차린 것은 아니니 ‘골목상권’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는 문제는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만…


일부 사업에서는 과도한 수수료 논란이 있었고 ‘카카오가 이런 것까지 해?’라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사업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오른쪽)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에 대한 IT 업계의 분석 가운데는 “각 계열사 대표가 일종의 ‘영주’처럼 각자 일하고 성과를 가지거나 책임지는 카카오의 사업 구조가 한 몫을 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카카오에서는 여러 계열사가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을 활용해 각기 투자 받으며 사업을 키우고 상장해서 그 성과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왔다는 것인데요.


미국과 달리 자회사 상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한국에서 최근 증시에 많은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더 유효한 전략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할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에서 유난히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IT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 속에서 계열사의 사업을 직접 컨트롤하기 보다는 맏형과 역할을 하던 김범수 의장이 특정한 사업이나 비즈니스 방식에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김범수 의장 본인도 이번 국감에서 카카오의 빠른 성장 요인으로 자회사에 권한을 주고 투자를 유치하도록 했다는 점을 꼽기도 했습니다.




● 결국 ‘상생’이라는 숙제 받아든 카카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독과점력을 가진 카카오의 계열사들이 빠른 성장과 상장을 위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택시업계처럼 발언력 큰 업계와 강하게 충돌하면서 최근의 플랫폼 논란이 본격화됐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김범수 의장은 이달 5일과 7일, 21일에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러 차례 머리를 숙였습니다.


김 의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고 과도한 수수료는 지양하면서 소상공인과의 상생구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카카오로서는 사업을 계속 키워가되 ‘상생’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함께 챙겨야 하는 처지가 된 셈입니다.


김 의장은 21일에 나란히 국감장에 앉았던 이해진 GIO와 함께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는데요.


카카오의 경우 현재 콘텐츠 사업과 블록체인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글로벌 경쟁 속에 놓인 플랫폼 기업들

국감은 이제 일단락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감을 통해 숙제를 받아든 것이 카카오 등의 플랫폼 기업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지막 국감 출석이었던 21일에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GIO는 한국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꽤 털어놓았는데요.


바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넷블릭스 같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있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왼쪽)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 GIO는 이용자들이 국경 없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시대에 틱톡,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국내 플랫폼 기업이 ‘역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이 GIO는 과거 국감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


또 김 의장은 유망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합병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카오의 다방면에 걸친 투자를 ‘문어발 확장’이라는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두 창업자의 말처럼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은 국경을 넘어선 경쟁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에서 논의되는 빅테크 규제 법안이 사실은 구글을 위시한 미국 빅테크 기업의 공세를 막아내고 자생적인 플랫폼 기업을 길러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이 시장을 지켜내고 있는 한국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고 세계적으로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IT기업 창업자가 플랫폼 기업에 집중된 비난 앞에서 우선 고개를 숙인 다음에 ‘멍군’을 외치듯이 얘기한 ‘글로벌 경쟁과 국내 기업 보호’라는 명제는 한국 정책 당국에게 던져진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용과 납세 같은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 기업은 논란이 일면 국감장에 와서 머리를 숙이고 상생에 대한 약속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다면 이런 태도조차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 빛과 그림자 모두 가진 플랫폼



오늘 이야기는 김범수 의장의 다른 말 하나를 짚어보고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김 의장은 “플랫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며 자본이나 다른 배경이 없는 사업자에게도 큰 시장의 흐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면 그림자를 만드는 것이겠지만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을 전국 곳곳의 고객과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도울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는데요.


이 얘기처럼 플랫폼 기업을 둘러싼 이슈들은 대부분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는 힘든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결국 택시업계와는 강하게 충돌했지만 ‘편하게 불러서 타는 택시’와 ‘리뷰를 통해 점점 더 친절해지는 택시’를 통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택시업계에도 굵직한 과제를 던졌다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카카오와 함께 이번 국감장에 호출됐던 네이버와 쿠팡, 야놀자, 배달의민족 같은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각자 자신들의 사업 속에서 빛과 그림자를 함께 품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기도 하고 기존의 기업이 더 커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서 플랫폼 기업을 둘러싼 이슈는 앞으로 더 많이, 더 자주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논란과 국감을 계기로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이 그림자를 잘 걷어낼 수 있을지, 사회적으로도 국내 플랫폼 기업의 밝은 면을 키워가는 발전적인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을지, 계속 취재하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