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은 22일 시청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국내외 기업 투자 유치와 지산학 협력 체계 구축으로 인재 유출의 악순환을 끊고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크고 빠른 변화를 위해 ‘혁신의 파동’을 일으키겠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61)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시장은 “시대 흐름을 선도하려는 노력이 혁신의 조건”이라며 “지식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미래도시 부산’의 건설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부산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도시라고 평가했다. 항만 인프라에 가덕도신공항이 더해지면 홍콩, 싱가포르 등을 넘어서는 동북아 물류 허브 도시로 떠오르기 충분하다는 것. 40여 개 혁신기술이 적용되는 에코델타시티,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산업밸리로 조성될 제2센텀시티 등도 강력한 무기라고 소개했다.
박 시장이 꺼내든 혁신 카드는 ‘지산학 프로젝트’. 지자체와 산업계, 학계가 손을 잡고 채용연계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첫발은 반려동물 산업으로 내디뎠다. 건강, 미용, 음식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모든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학종합동물병원 유치와 펫파크 조성도 목표로 뒀다. 대학은 연구 인력과 부지를 제공하고 기업·연구소는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힘을 모아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시는 5년간 810억 원을 투입한다.
박 시장은 “베스핀글로벌, 더존ICT그룹과는 4, 5년 내 부산에 2700여 명 규모의 소프트웨어 고급 인재를 양성하기로 했다”며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 도전을 꿈꾸는 청년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산업밸리 및 창업공간 조성과 지산학 프로젝트의 힘으로 2025년까지 10개 이상의 기업 유치와 1조20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도 약속했다.
‘혁신의 파동’은 여러 갈래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 시장은 지역의 해묵은 과제에 얽히고설킨 실타래도 빨리 풀겠다고 했다. 그는 “시의회가 합의한 ‘12개 부산 장기표류 과제’가 어떤 방향으로 풀려 나갈 것인지 올해 안에 시민들께 보고드릴 것”이라며 자신했다.
속도는 빠른 편이다. 4년간 파행된 침례병원 매각 문제는 최근 부지 매입을 결정하며 공공병원 건립의 청신호를 켰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 규모가 대폭 축소돼 논란이 된 ‘시청 앞 행복주택’ 사업은 확대 추진키로 했다. 다대소각장 매입 등을 통한 다대포 중심의 서부산권 관광개발과 부전도서관 공공개발 추진을 위한 공청회 추진도 눈에 띈다.
박 시장은 “외부에선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발목을 잡는다고 오해하지만 실제론 여야가 시민 행복을 위해 협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히려 그는 수도권 중심의 경제·문화정책, 산업·기업은행마저도 수도권 벤처·창업 투자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박 시장은 “지방이 소멸되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며 “부울경 메가시티의 성공적 출범과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부산은 엑스포 유치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온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4·7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시장은 1년 2개월의 짧은 성과로 시민의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 전 시장이 지난해 4월 물러나면서 밀린 숙제도 많은 상황. 이날 목이 쉰 채 인터뷰에 응하던 그는 “청와대에서도 근무했지만 지금이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인 것 같다.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일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고 했다.
그가 재선 도전을 위해 당장 넘어야 할 장애물은 재판이다. 박 시장은 검찰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한 사실에 대해선 “국정원에 민간인 사찰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 증거 없이 추정만으로 이뤄진 정치적인 기소여서 진실이 밝혀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