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과 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소시오패스(sociopath·반사회적 인격 장애)’ 발언을 놓고 격돌했다. 원 전 지사의 아내인 정신과 전문의 강윤형 씨가 유튜브에 출연해 이 후보에 대해 “자기편이 아니면 아무렇게 대해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답변하는 것은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라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23일 원 전 지사와 함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이 후보 측 현근택 변호사는 “강 씨 발언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과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맞서 원 전 지사는 “전문적 소견에 비춰 의견을 이야기한 것인데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감정이 격해지자 생방송 도중 자리를 뜨는 ‘방송사고’까지 터졌다.
▷방송 이후에도 장외 공방은 계속됐다. 여당 측은 “문제의 발언은 명백한 의사윤리 위반”이라고 집중 공세를 폈고, 원 전 지사는 “대통령 후보의 정신 건강은 명백한 ‘공적 영역’”이라고 받아쳤다. 일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별문제가 안 됐을 텐데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이었다는 사실이 민감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평범한 일반인이 아닌 공인이라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만 강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타인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인에 대해선 건강 문제도 경고해야 한다는 ‘경고의 의무(duty to warn)’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의견 제시를 획일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신·심리학 등 전문가들도 2017년 콘퍼런스를 열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많은 사람의 생사가 걸린 대통령직이라는 권력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의 직업윤리와 엄중한 대통령직의 무게 사이 적절한 균형점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