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순 전 LG아트센터 대표
“여성 대법관이 몇 명이면 충분하다고 보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제 대답은, 9명 전원입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2015년 2월 미 조지타운대 연설 중
지난해 세상을 뜬 미국 여성 연방대법관 긴즈버그(1933∼2020) 얘기다. 그는 자주 “대법관이 9명인 이래로, 언제나 대법관은 남자 9명이 차지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같은 여성으로서 한 번도 이렇게 당당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요즘 들어 거의 항상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성평등에 관한 것이다. 여성이 오히려 특혜를 많이 받아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남성과 강경한 페미니스트 여성 중 누가 옳으냐는 것이다. 간단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성평등의 답은 성화합밖에 없다고 말한다.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남성들에게 묻고 싶다. 인류 역사의 긴 시간 속에 여성이 받아온 불평등을 떠올리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의 어머니, 누이, 딸이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잘못된 관습에서 과감히 벗어나 남성이 먼저 팔 벌릴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불평등의 기억을 간직한 이들, 지금도 불평등을 겪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말하고 싶다.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그 상처가 아무리 깊더라도 용서의 문을 여는 것이다. 그 문을 열지 않는 한 앞은 보이지 않는다. 남녀가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밀어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바란 세상도 이런 세상일 것이라고 믿는다.
윤여순 전 LG아트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