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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든 문학이든 위대한 예술은 향기가 있죠”

입력 | 2021-10-25 03:00:00

‘1인 4역’ 연주가 파파브라미 첫 내한 공연 이메일 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번역가에 소설가-탤런트까지 다재다능
“바흐는 끝없는 궁금증의 근원, 연기하며 세상의 모순 깨달아”
내달 4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



바이올리니스트, 번역가, 소설가, 배우로 1인 4역을 해 온 테디 파파브라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테디 파파브라미(50)는 1인 4역의 다재다능한 예술가다. 고국 알바니아 작가인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들을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해왔고 2013년 자전적 소설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푸가’를 발표했다. 2003년에는 프랑스 TV 미니시리즈 ‘위험한 관계’에 출연해 카트린 드뇌브, 나스타샤 킨스키와 나란히 연기를 펼쳤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 거주 중이다. 11월 4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첫 내한공연을 펼치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번에 연주하실 바흐, 이자이, 버르토크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들을 늘 레퍼토리의 중심에 두고 계십니다.

“바흐는 어릴 때부터 저의 끝없는 궁금증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자이는 25세 넘어서야 연주하기 시작했지만 탐구할수록 그 연주 기법과 화음의 섬세함, 유려함에 매혹되었습니다. 드뷔시나 라벨이 피아노곡에서 표현한 것과 비슷하죠.”

―2005년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처음 음반으로 내놓으셨습니다. 16년 만인 올해 다시 알파 레이블로 바흐 무반주 전곡 음반을 발매하셨죠.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새롭게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 제때 적절한 효과를 내는 방법들을 터득했지만 대신 신선함과 천진함은 조금 잃은 것 같습니다. 크게 바꾼 것은 없지만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고 할까요. 벌써 다시 녹음하고 싶군요.”

―피에르 아모얄, 지노 프란체스카티, 빅토리아 뮬로바 같은 대가들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만….


“아모얄은 제가 11세 때 프랑스로 온 뒤 첫 스승이었고 제게 그분의 가르침은 새로웠지만 체계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프란체스카티는 ‘음악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었고 음악적으로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뮬로바는 제가 16세 때 만났는데 제 활 테크닉을 많이 지적하셨죠. 그 덕에 완전히, 만족스럽게 교정할 수 있었습니다.”

―카다레의 작품을 번역하는 작업이 음악에도 도움을 주는지요.

“10대 때 카다레의 작품을 프랑스어 번역본으로 처음 읽고 매혹되었습니다. 음악이든 문학이든 위대한 예술은 향기를 가집니다. 그 향을 더 강하게 느낄수록 더 많은 자료와 영감의 원천을 누릴 수 있습니다. 카다레의 탐구자로서, 그 자신과 그의 작품세계가 가진 간극을 알아나가는 일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자전적 소설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푸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산주의 알바니아에서 보낸 제 어린 시절에 대한 자서전적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 시절의 광기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후반부에는 11세 때 프랑스라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얘기가 펼쳐집니다. 불행하게도 저와 부모님이 프랑스에 남은 대가로 고향의 친지들은 보복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TV 시리즈 ‘위험한 관계’에서 신인이었음에도 비중이 큰 역을 맡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18세기 소설을 1960년대 배경으로 번안한 프랑스 드라마입니다.(라클로스의 소설은 영화 ‘발몽’, 한국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의 원작이 되었다) 순진한 젊은 청년 당스니 역을 맡았죠. 좋아하는 배우들과 나란히 출연하며 연기자로 대접받았지만 제대로 그 역할을 해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는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죠. 세상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이번 콘서트에서는 바흐 무반주 소나타 2번 A단조,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2번, 버르토크의 무반주 소나타를 연주한다. 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