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계수미 기자의 앞서가는 기업① “직접 보고 만지지 않아도 실물 느낌 그대로 재현”
글로벌 의류 수출 전문기업인 한세실업은 독보적인 버추얼 샘플링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으며 눈길을 끌고 있다. 한세실업의 직원들이 3D 디자인 기술로 구현한 가상 샘플을 피팅하고 있다.
# 지난해 7월 한 홈쇼핑업체가 패션소품을 가상으로 착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리얼 피팅’ 서비스를 출시한 후 올해 9월 누적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구매하고 싶은 상품을 선택하면 선글라스, 주얼리, 시계 등 다양한 패션소품을 편리하게 피팅 할 수 있어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계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면서, 위와 같이 ‘버추얼(Virtual·가상의)’ 기술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메타버스(Metaverse·현실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 공간을 활용한 제품 판매, 가상 샘플 제작 등 패션 관련 업무 전 영역에서 버추얼 기술이 활용되는 추세다.
R&D본부 전 직원 3D 디자인 역량 보유,
2025년까지 실물 샘플 80% 이상 3D 대체 계획
2025년까지 실물 샘플 80% 이상 3D 대체 계획
한세실업은 의류 수출업체 최초로, 2017년 VD(Virtual Design) 전담팀을 설립해 차별화된 3D 기술 노하우를 갖췄다. VD 전담팀 직원들이 3D 디자인 기술로 가상 샘플을 구현하는 모습.
이를 통해 실물 샘플을 주고받으며 바이어와 의견을 조율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수정 및 확인 기간을 단축해 빠르게 의류 생산을 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 또한 불필요한 샘플 원단의 폐기물과 샘플 전달 시 소요되는 포장재, 운송 연료 등이 줄어 비용 절감 효과와 환경보호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한세실업의 실물 샘플 양은 2019년 대비 50% 감소한 반면 3D 샘플 양은 300% 늘었다. 한세실업은 3D 샘플 양을 지속적으로 늘려 2025년까지 실물 샘플의 80% 이상을 3D로 대체할 계획이다.
한세실업은 2019년부터 R&D본부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 따라 본부 전 직원이 3D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업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독자적인 디자인과 자체 원단 및 워시 가공 기술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3D 디자인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이를 협력 브랜드 사에 제시하고 있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많은 브랜드 사에게 선택받고 있다.
또한 한세실업은 의류 수출업체 최초로, 2017년 VD(Virtual Design) 전담팀을 설립해 차별화된 3D 기술 노하우를 갖춰 3D 샘플의 완성도 및 전문성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멈추지 않고 R&D본부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 현지 직원들에게도 3D 디자인 기술 트레이닝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등 전문인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자체 3D 디자인 기술로 R&D 차별화,
글로벌 바이어들의 극찬 받아
글로벌 바이어들의 극찬 받아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한세실업의 실물 샘플 양은 2019년 대비 50% 감소한 반면 3D 샘플 양은 300% 늘었다. 3D 샘플과 실물 샘플을 피팅하는 모습.
올해 초에는 미국 유통매장 ‘타겟(Target)’의 여성복 브랜드에 가상의 아바타를 활용한 런웨이와 함께 한세실업이 디자인한 의상 샘플을 피팅 해 버추얼 패션쇼를 3D 디자인으로 구현해 제안했다. 타겟의 유아동복 브랜드에는 ‘버추얼 미니 미 컬렉션(Virtual Mini Me Collection)’을 컨셉으로, 가상의 매장을 구현한 후 캐릭터가 매장 곳곳에서 의상을 피팅 해볼 수 있는 메타버스 게임 형식을 적용하며 디자인 샘플을 바이어에게 효과적으로 제안했다.
바이어들에게 친환경 원단을 제시할 때도 3D 디자인 기술을 접목해 이해도를 돕고 있다. 패션 브랜드 ‘에어로포스테일(Aeropostale)’과 ‘노티카(Nautica)’에는 한세실업만의 워시 가공 기술과 친환경 염료 사용 등으로 제작한 원단 샘플을 버추얼 쇼룸과 아바타를 활용해 제시했다. 가상 쇼룸 안에 친환경 원단 특성에 따라 옷을 분류해두고, 원하는 옷을 선택하면 가상의 아바타가 착용한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 피팅 느낌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것.
한세실업의 이러한 자체 3D 디자인 기술력 덕분에 직접 대면 미팅을 하지 않아도 브랜드의 의류 생산을 정확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바이어들이 높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 실제 ‘타겟’ 관계자는 “시즌마다 한세실업이 3D 디자인으로 렌더링(Rendering·2차원 화상에 사실감을 불어넣어 3차원으로 만드는 과정) 하는 것을 보는 게 즐겁다”며 “한세실업은 3D 프로그램 사용에 아주 재능이 있다”고 감탄했다. 한세실업과 오랜 기간 함께 협업해온 미국 패션 브랜드 ‘갭(GAP)’ 역시 “한세실업은 항상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우리의 롤 모델”이라며 “3D 디자인 제작이 가능한 업체 중 한세가 최고”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향미 한세실업 R&D본부 상무는 “3D 디자인은 비대면으로 샘플링 제안이 가능하고 의류 제작 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세실업은 자체 3D 디자인 기술을 보유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분야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의류 샘플 등 폐기물 줄이며
친환경 경영과 환경보호 기부에도 적극 나서
친환경 경영과 환경보호 기부에도 적극 나서
한세실업은 협력 브랜드사를 대상으로 버추얼 쇼룸, 3D 패션쇼, 사이버 카탈로그 등 다양한 버추얼 포맷을 활용한 제안을 통해 3D 샘플링을 넘어 차별화된 R&D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불필요한 자원 낭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 의류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세실업 자회사인 염색 공장 C&T VINA는 원단 생성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 정화 자체 설비 시스템을 통해 하루 1500톤의 물을 재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9∼2020년 2년간 4억 5000만 리터의 물을 아꼈다. 해외 공장에서는 빗물 재활용을 위해 설치한 빗물저장 시스템과 에어컨 대신 작업장의 온도를 조절하는 워터쿨링 시스템을 통해 빗물로 공장 내부 온도를 관리하고 있다. 석탄 대신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 바이오 대체연료를 사용함으로써 2015년 대비 2020년 석탄 사용량을 100% 감축했다. 또한 유류 사용량을 33% 이상 감축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20% 가량 줄였다.
올해 6월에는 바이어들의 친환경 의류 생산을 돕는 ‘앤투앤(End-to-End)’ 솔루션 제공을 위해 스페인의 디자인 오피스 ‘해피푼트’, 재생섬유 전문기업 ‘리커버 텍스타일 시스템’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협약인 만큼, 이를 통해 생산하는 샘플 역시 3D로 제작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패션업계에서 버려지는 불필요한 원단 낭비 및 자원 낭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수미 기자 soomee@donga.com
사진/한세실업 제공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