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 모르고’의 ‘성직자들의 돈까스’ 제작현장
종교인들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담은 유튜브 채널 ‘알고 모르고’의 ‘성직자들의 돈까스’에 참여한 출연자와 제작진.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채수일 목사, 법현 스님, 권오상 신부, 성진 스님, 장재영 PD, 금하린 아나운서, 이정구 신부.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부모가 완전한 채식주의자(비건)라고 해서 아이에게 똑같은 음식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아이에게는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가톨릭 구속주회 한국지부장 권오상 신부)
“그렇다면 모태신앙은 어떻습니까. 아이는 음식뿐 아니라 신앙도 다양하게 접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금하린 프리랜서 아나운서)
23일 오후 서울 중구 경동교회에서는 유튜브 채널 ‘알고 모르고’의 동영상 ‘성직자들의 돈까스’(돈까스)가 한참 익어가고 있었다. 돈까스는 ‘돈독하지만 까놓고 말하는 스튜디오’를 줄인 말이다. 권 신부는 모태신앙과 관련해 “신앙은 문화이자 교육을 의미한다”며 “비건 문제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했다.
촬영 중 휴식 시간에 만난 이들의 대화는 그 자체가 종교 간 화합이자 ‘야단법석’이었다. 이 신부는 “우선 함께 모인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는 이슬람이나 유학 쪽에 계신 분도 모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 목사는 “음식이든 신앙이든 아이들에게 한쪽으로 강요한 적이 없다”며 “불교와 가톨릭 등 다른 종교인들과 대화하면 오히려 자기 정체성이 확실해지고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깨닫게 된다”고 했다.
돈까스는 자녀들에 대한 비건 교육과 모태신앙, 종교인의 결혼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를 매주 한 차례씩 올린다. 금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고, 록 밴드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 감독,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 중인 장재영이 연출을 맡았다.
이들은 평소 종교인 모임에서 듣기 어려운 까칠하면서도 솔직한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게 돈까스의 매력이라고 했다.
“제도권 종교의 영향력은 줄고 있지만 사람들의 종교성과 영성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신교의 결정적인 고민이 수행의 전통이 부족한 겁니다. 불교의 명상이나 수행, 가톨릭의 수도원 전통을 배워야 합니다.”(채 목사)
성진 스님은 종교인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출가 뒤 3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불교를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절집에 들어앉아 포교가 가능한가라는 회의가 들었어요. 종교인들이 우물 안에만 있지 말고 같이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자, 이런 각오입니다.”
법현 스님은 좌중이 인정하는 박학다식의 권위자이자 때로는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많은 정보)’의 달인이다. 출가자의 옷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유래와 변천사에 대한 즉석 강의가 이어졌다. 법현 스님은 “불교적으로는 모르는 게 죄악”이라며 “모르니까 싸운다. 서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출연료 문제가 나오자 고수(高手)들의 유머가 이어졌다. 법현 스님이 “아무 얘기도 안 하던데…”라고 하자 이 신부가 “김밥 받았어요. 신앙의 힘으로 봉사하는 것, 이게 문제”라며 웃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