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에서 세 번째 녹취록이 등장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5년 2월 6일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황무성 사장과 유한기 개발본부장이 나눴던 대화가 녹음된 것이다. 하급자인 유 본부장은 “이미 끝난 걸 미련을 그렇게 가지세요”라고 압박하다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 유동규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등까지 거론하며 기어이 사표를 받아냈다.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하도록 사업을 진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황 사장을 몰아내는 장면이 녹취록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대장동 게이트의 문을 연 것은 ‘정영학 녹취록’이었다. 대장동 패밀리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2019∼2020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유동규 씨와 대화한 것을 녹음했다가 지난달 말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김 씨가 유 씨에게 700억 원 지급을 약속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밝혀지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1200억 원대의 배당금을 가져간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 씨의 “그분” 발언, 로비의 실체를 언급한 “실탄은 350억 원”이라는 발언도 녹취록에 담겨 있다.
▷대장동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13∼2014년에 벌어진 일은 남 변호사가 녹음해 검찰에 제출한 ‘남욱 녹취록’에 담겨 있다. 유 씨는 대장동 개발 방식이 정해지기 전부터 남 변호사에게 민관합동 개발 방식을 언급하며 “민간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해 주겠다”, “니네 마음대로 다 해라”라고 특혜를 약속했다. 그 대가로 유 씨는 3억여 원을 받았다. 검찰이 남 변호사 녹취록 등을 바탕으로 밝혀내 유 씨 공소장에 적은 혐의 내용이다.
▷3개의 녹취록을 통해 대장동 사업이 시작되기 2년여 전부터 진행된 유 씨와 민간 사업자 간의 유착, 사업 본격화 직전에 진행된 사전 정지 작업, 사업이 진행된 이후 수익 배분 및 로비의 실체에 대한 윤곽은 드러났다. 하지만 녹취록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수사팀은 녹취록에 녹아 있는 증거들을 가려내고 보완해서 로비와 특혜의 전모를 밝히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