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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 기각되자…공수처, ‘고발사주’ 손준성 검사 구속영장

입력 | 2021-10-26 03:00:00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공수처 “조사 불응해 구속영장”
손측 “피의자 방어권 침해” 반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검사에 대해 23일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5일 밝혔다. 올 1월 설립된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자료 수집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고발장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 측에 전달한 혐의도 있다. 공수처는 이번 주 김 의원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불체포특권이 있어 조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에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 검사의 자택과 대구고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공수처는 지난달 4일부터 손 검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불응하자 20일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해 조사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일정 조율 과정에서 손 검사 측이 보여준 일관된 불응 태도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체포영장 재청구를 통한 출석 담보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보았다”면서 “26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법관 앞에서 양측이 투명하게 소명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처리 방향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밝혔다.

반면 손 검사 측은 “공수처는 ‘(다음 달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을 고려해 당장 출석해야 한다며 출석을 종용했는데,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피의자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은 캠프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가 정치 공작의 선봉장으로 나선 것이냐”며 반발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야당 경선일에 임박해 정치 공작을 벌였다”며 “명백한 선거 개입이자 선거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손준성, 의도적 출석 연기” 판단… 전격 구속영장 청구
수사 착수 46일간 본인조사 못해… 공수처 “비협조 사유 납득 어려워
체포영장 재청구 무의미” 23일 영장
孫측 “최소한의 절차도 안지켜 유감… 野경선일정 고려한다며 출석 겁박”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내세워 출석을 계속 미루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

“피의자의 방어권과 헌법상 기본권 행사를 침해하는 조치다.”(손준성 검사 측)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23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5일 밝히자 손 검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 검사의 대구고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46일째인 이날까지 손 검사를 조사하지 못했다.

○ 체포영장 기각에 이례적 구속영장 청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는 사법연수원 29기 동기이자 당시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자였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고발장과 참고자료를 전달했다는 혐의(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손 검사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받은 자료를 지난해 4월 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 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김 의원이 보낸 고발장 등 자료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출처 표시가 있다고 공개했다.

공수처는 당초 고발장을 전달받은 경로를 역추적해 조 씨를 조사한 뒤 김 의원을 거쳐 고발장 등의 최종 작성자로 알려진 손 검사를 조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이달 말까지 출석을 미뤘다. 불체포특권이 있어 김 의원은 올 12월 9일 정기국회 종료일까지 국회 과반수 동의 없이는 강제조사가 불가능하다.

수사팀은 4일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손 검사를 상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손 검사는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했다”며 공수처에 출석 날짜를 확정짓지 않다가 이후 22일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회신했다. 손 검사가 예정된 날짜에 자진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공수처는 조사 예정일 이틀 전인 20일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날 밤 “피의자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손 검사는 공수처에 “새 변호인을 선임했고, 11월 2일 혹은 4일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공수처는 손 검사가 의도적으로 출석을 미루고 있다고 판단해 주말인 23일 손 검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이날 당시 손 검사 아래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던 성상욱 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 “법관 앞에서 소명” vs “야당 경선 전 출석 종용”

공수처와 손 검사 측은 이날 조사 없는 구속영장 청구와 절차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일관된 불응 태도를 감안할 때 체포영장 재청구를 통한 출석 담보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서울중앙지검 등이 손 검사를 조사할 때 작성한 부인 취지의 진술 조서, 손 검사가 그간 여러 차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문을 낸 점 등을 근거로 조사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통해 법관 앞에서 양측이 투명하게 소명해 법원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처리 방향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검사 측은 영장심사 20시간 전 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한 것에 대해 “최소한의 절차도 준수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 대상자의 권익침해 정도가 보다 낮은 수사 방법과 절차를 사용해야 한다는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8조 제2항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손 검사 측은 이날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신속한 진실 발견을 위해 출석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공수처 수사검사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다음 달 5일) 야당의 대선 경선 일정이라는 정치적 고려와 강제수사 운운하는 사실상의 겁박 문자’”라고 비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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