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카드사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포함되면서 서민 등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차주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4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마련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보면, 단계별로 적용할 계획이었던 차주별 DSR의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제2금융권의 차주별 DSR 기준을 강화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차주별 DSR은 은행권 40%, 제2금융권 60%가 적용돼왔는데, 이번 대책으로 인해 제2금융권 DSR 기준이 내년 1월부터 50%로 하향 조정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보험사 50%, 카드사 50%, 캐피탈 65%, 저축은행 65%, 상호금융 110%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 차주단위 DSR 산정시 카드론도 포함하기로 했다. 카드론은 당초 내년 7월까지 DSR 규제가 유예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차주의 상환부담과 관련있는 모든 대출을 DSR 산정시 포함시킬 필요가 있으나, 그동안 저소득·저신용자의 신용위축 가능성 등을 감안해 카드론을 차주단위 DSR 산정시 제외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증가속도 등을 고려할 때 카드론이 취약차주의 부실을 대규모화해 심화시키는 뇌관이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카드사들의 내년 경영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며 다음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계속 인하되면서 카드사 신용판매 결제부문은 적자상태였고, 여기서 생긴 적자의 일부가 카드론 등 대출로 메꿔져왔다”며 “차주별 DSR 규제가 조기 시행되는데다, 제2금융권 DSR 기준이 강화된 만큼 대출 취급액이 내년부터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맞춰 카드사들이 차주의 상환 능력·채무 상황에 따라 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카드론 규모 줄이기에 나서면 카드사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카드론 금리 인상과 관련된 이야기는 계속 나올 수 없다. 올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상황까지 고려하면 카드사들의 전반적인 경영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카드론이 내년 1월부터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카드사들은 실시간 DSR 확인을 위한 전산정비를 연내에 구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과 협의해 이와 관련한 시스템 구축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