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장안구 ‘신사강정육식당’의 김치찌개.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오늘은 저의 오랜 단골집을 소개합니다. 30여 년 전 전공의 시절에는 대학병원의 구내식당과 이발소만 다녀 편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매일 점심을 해결하는 식당과 한 달에 한 번 들르는 이발소를 찾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게을러선지 아니면 괴팍한 성격 탓인지 한번 정하면 폐업을 하지 않는 한 단골을 바꾸는 편이 아닙니다. 이발소도 한곳을 정해 30년 넘게 다니는데 한번은 일주일 이상 안내문 없이 문을 닫아 놀란 적이 있습니다. 사장님의 안위도 걱정이고, 이제 어디로 가 머리를 깎아야 할지 또 헤어스타일이 갑자기 바뀌면 어쩌나하는 고민이 밀려 왔습니다. 다행히 간단한 치료 때문에 쉬었다고 하셨는데 그때 깨달았습니다. 단골이란 단순히 손님과 주인의 거래관계가 아닌 상호의존적 공생관계란 사실을 말입니다.
단골식당이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래 다닌 집을 꼽으라면 단연 경기 수원시 ‘신사강정육식당’입니다. 현재의 장소로 옮기기 전 상호가 ‘사강식당’이었는데 사강은 화성시 송산면의 강 이름입니다. 사강을 한글로 풀어쓰면 모래강 혹은 모래내고 영어로는 ‘샌드 리버(Sand River)’가 됩니다. 한때 이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포도주 브랜드이기도 했죠. 신사강식당에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점심 때 들르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저녁에 고기를 먹으러 갑니다. 점심 대표메뉴는 김치찌개인데 서울 포함 전국 유명 식당들의 그것보다 한 수 위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육수와 질 좋은 돼지고기에서 나오는 맛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요. 어떤 손님들은 찌그러지고 벗겨진 양은냄비가 께름칙하다지만, 라면을 끓일 때처럼 이 냄비가 팔팔 끓어올라야 시각적으로 좋고 옛 추억을 소환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멀리서 온 친구와 저녁을 한다면 먼저 한우 특수부위를 먹고, 다음에 삼겹살 그리고 마지막에 볶음밥을 먹는 게 저만의 이 집 루틴입니다. 귀갓길에 김치찌개를 포장해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는데 이구동성으로 집에서 ‘엄지 척!’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곳 김치찌개는 여러 부위의 돼지고기와 두부가 들어갑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커다란 멸치 몇 마리가 둥둥 떠 있는 게 고작이고 두부 몇 조각이라도 있으면 호사스러운 김치찌개였죠. 세월이 흘러 햄, 생선, 참치캔 등 다양한 부재료가 등장했지만 결국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천하통일을 한 모양새입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