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부터 6개월간 내려 치솟는 유가에 역대 최대폭 인하
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유류세가 20% 내린다. 휘발유 가격은 L당 164원 하락한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이 약 7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자 정부가 역대 최대 폭의 유류세 인하에 나섰다.
정부는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물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20% 인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L당 석유류 가격은 휘발유 164원, 경유 116원, LPG 부탄 40원씩 낮아진다.
홍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가 석유류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면 월별 물가가 0.33%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이번 조치는 시행령 개정을 거쳐 다음 달 1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종료 시점은 내년 4월 말이다. 그 사이 유가가 안정되면 종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하루 40km 운행 휘발유차 月2만원 비용 줄어들듯
내달 유류세 20% 인하 유류세를 20% 인하하면 하루에 40km 운행하는 휘발유 차량 운전자의 경우 매달 약 2만 원의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고 정부는 추산했다.
하지만 정부가 다음 달 12일 유류세를 내려도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들이 재고를 소진한 다음부터 세금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사이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관련 기관들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올 4분기(10∼12월)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제품 유통 과정에서 주유소 등이 세금 인하분을 가격에 100%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가격 인하 효과가 최대한 빨리 나타날 수 있도록 정유업계와 협력해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다음 주 중 유류세 인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도 마련한다. 이에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나 알뜰주유소에서 가장 먼저 인하된 가격으로 휘발유를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유소 중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는 각각 7.9%, 10.9%를 차지한다.
정부는 당초 2018년 유류세 인하 때와 같이 15%를 인하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이 심각하다는 여당의 요구에 따라 역대 최대 폭(20%)으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26일 오전 열린 당정 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류세 20%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는 약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15% 인하 때보다 세수가 6000억 원가량 더 줄어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초과 세수를 활용해 물가 상승으로 악화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