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집권 민정당(민주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대통령이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2021.10.26/뉴스1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언이 27일 유족인 아들 노재헌 변호사를 통해 공개됐다.
노 변호사는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국가에 대해 생각과 책임이 컸기 때문에 잘했던 일, 못했던 일 다 본인의 무한 책임이라 생각하고 계셨다”며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특히 재임 하시자 마자 광주 5·18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기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그 이후에 5·18 관련된 처벌도 받으시고 여러 가지 정치적인 상황에서 본인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잠정적으로 국가장을 치르지만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물론 현충원 국립묘지도 명예스럽지만 저희 유족은 고인께서 인연이 있고 평소에 갖고 계셨던 북방 정책 또 남북한의 평화 통일 이런 의지를 담은 파주 통일동산 쪽으로 묻혔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협의하고 있다”고 노 변호사는 밝혔다. 국가장과 관련해서는 현재 관련 실무진들과 장례 절차를 협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노 변호사는 “많은 분들이 애도를 표해주시고 위로 말씀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날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조문이 진행 중이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유족이 찾아와 조문하기도 했다. 박남선 광주 5·18 유족대표는 조문 뒤 “만약 전두환씨가 돌아가셨다면 오지 않았을 테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수 차례 자녀를 통해 5·18 광주 학살의 만행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해왔다”라고 조문 이유를 밝혔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