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靈感) 어딨소]〈6〉웹드라마 ‘… 안티팬과 결혼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32부작 국내 네이버TV 등에 방영되며 한국 ‘TV속 예능프로’ 인기몰이
웹 드라마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의 주인공 소녀시대 수영(왼쪽)과 배우 최태준. 가딘미디어 제공
웹 드라마인 줄 알고 재생한 영상에서 걸그룹 소녀시대의 수영이 배우 최태준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를 촬영하고 있다. 여느 촬영 현장과 달리 두 사람 사이에는 노골적인 냉기류가 흐른다. 예능 프로그램 제목은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 동명의 웹 드라마에 등장하는 가상 TV 프로그램이다.
올 4∼6월 32부작에 걸쳐 방영된 이 드라마는 웹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국내에선 네이버TV에서 회당 조회수가 50만 회를 넘겼다. 아이치이(iQIYI), 비키(VIKI), 아마존 프라임 재팬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세계 190개국에 소개됐다. 인기 아이돌 출신 배우와 참신한 이야기에 힘입어 올 6월까지 드라마 부문 아이치이 1위, 비키 2위에 각각 올랐다.
드라마는 K팝 톱스타인 주인공 ‘후준’과 한순간의 사고로 그의 안티 팬으로 알려지게 된 ‘근영’의 이야기다. 두 주인공이 가상 결혼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드라마 제작사 가딘미디어의 전주예 기획이사는 “원작 웹 소설이 TV 프로그램을 소재로 삼다 보니 영상화하기에 좋았다”고 말했다. 제작사는 동명의 웹 소설이 처음 연재된 2008년부터 눈여겨보다 2018년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전 이사는 “톱스타나 그의 팬이 아닌 ‘안티 팬’을 주인공으로 앞세웠다는 점에서 스토리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웹 소설은 전개가 빠르면서도 한 회에서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일단락된다는 점에서 드라마와 호흡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 ‘커피프린스 1호점’(2007년) ‘해를 품은 달’(2012년) 등 웹 소설들이 드라마 제작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전 이사는 “웹 드라마 공개 후 반응이 좋아 연재가 끝난 웹 소설 일부 내용이 드라마 내용을 반영해 수정됐다. 이제는 영상 콘텐츠가 원작에 역으로 영향을 주는 시대”라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