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어 한 줄이 빠진 미완성 스크립트가 전국 통신 장비에 자동으로 전송됐고, 결국 전국적인 시스템 마비로 이어졌다.”
25일 전국적으로 1시간 넘게 계속된 KT의 유·무선 인터넷망 마비 사태는 협력사 직원의 실수와 KT의 관리 소홀, 백업시스템 미비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장비 교체를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시스템도 없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들불처럼 번져 전국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가기간통신망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전 테스트 없이 바로 실제 작업 수행”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혜화전화국) 앞에서 지난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에 대해 이날 구 대표는 “그동안 내부에서 엄격한 프로세스를 적용해 망 고도화 작업이나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작업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다”며 “테스트베드를 운영해서 이런 작업을 하기 전에 가상 테스트를 하고, 사고가 나더라도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국지적인 수준에 그치도록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욱 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KT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인터넷 시대에 맞는 통신장애 보상기준 마련”
25일 오전 11시30분쯤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는 장애가 발생해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는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2021.10.25/뉴스1 © News1
구 대표는 “약관상 3시간 이라고 하는 기준은 마련된 지가 오래됐다는 생각”이라며 “현재처럼 통신에 의존하는 서비스가 많은 시점에는 이런 것 역시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현재 KT 약관상 이용자들은 하루 3시간 이상, 1개월 누적 6시간 이상 장애를 겪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현 약관과 별개로 보상책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2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보상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신장애에 따른 일괄적인 보상과 영업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별도 보상으로 나눠져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KT는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통신사고 피해 신고센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