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왼쪽)와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소쿠리 챌린지’에 참여했다. 소쿠리 챌린지는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기상 때까지 소쿠리에 스마트폰을 담아 놓는 캠페인이다. 의정부성모병원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동시에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한 캠페인도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펼치는 ‘잠들기 1시간 전, 11시엔 스마트폰 아웃’이라는 일명 ‘소쿠리 캠페인’이다.
소쿠리 캠페인은 오후 11시엔 무조건 집에 있는 소쿠리(바구니) 안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집어넣고 그 다음 날까지 절대 꺼내지 않는 게 목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쿠리 챌린지’를 검색하면 각양각색의 바구니에 스마트폰을 집어넣은 동영상과 사진이 올라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부모도 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또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 디지털 미디어 과도 사용이 중독이 될 만큼 늘어나고 있고 그 상황 또한 심각하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전국의 15세 이상 12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인 ‘과사용’ 그룹이 코로나 이전 전체의 38%에서 코로나 이후 63.6%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회의와 수업이 많아 그렇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정신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길수록 스마트폰 과의존, 인터넷게임 장애, SNS 중독 정도가 함께 올라갔다. 안과질환, 근골격계질환, 우울증, 충동성 등 정신적 신체적 문제 발생 비율도 높았다. 그게 지금은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해졌다.
스마트폰 과사용을 자극하는 기업들도 문제다. 기업들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발표하고, 새로운 게임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의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엔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자주, 더 많이 스마트폰을 보게 하는 게 관심사다. 중독은 남의 이야기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 피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이 때문에 일본은 국립정신건강중독센터에서 2017년부터 스마트폰 등의 중독 집중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게임회사들도 올해부터 이용자들에게 게임 중독 예방메시지를 전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보건의료 영역에서 게임 중독 문제에 대응하도록 예산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2019년부터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예산, 인력, 센터 등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게임 산업화 지원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이로 인해 생기는 중독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여기엔 미디어 기기 관련 관계부처와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매일 아이들과 스마트폰 사용을 놓고 말다툼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만 2세 미만 가급적 모든 스마트 디지털미디어 노출 피할 것 △만 2세 이후에도 이용 시간 하루 2시간 미만 △미디어 기기를 사용하는 환경을 적절히 살필 것 등 미디어 기기 중독 예방 권고사안을 정하고 있다. 우리도 전문가들이 모여 어린이와 성인에게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소쿠리 챌린지 같은 실천을 통해 어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실천이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그 변화가 모여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믿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