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 쉽지 않은 ‘위드 코로나’ 전환 ‘단계적 일상 회복’, 유행 이전 회귀 아냐 3밀 공간 개방 등 대대적 개편 병행해야 급격한 재확산 상황 대비책 고민 필요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전파력이 강하고 병독성이 증가한 델타변이의 유행으로 인해 4차 유행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보다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한 미국이나 영국, 싱가포르,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률이 오르면서 델타변이의 유행 전까지는 상황이 극적으로 안정됐지만, 델타변이 출현 후 코로나19의 유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사망자도 다시 급증해 예방접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로나19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국가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위드 코로나’의 구체적 전략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을 꺼내 들었다. 우리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나라들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 지금까지의 유행 정도, 국민의 인식의 차이가 국가별로 다 다른 탓에 특정 국가 모델을 받아들여 벤치마킹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나라만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처음 ‘위드 코로나’의 구체적인 전략으로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단어를 발표했을 때 개인적으로 우려가 됐다. 일상 회복이라고 하면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 같았다. 코로나19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사람 사이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백신을 접종하고, 사람 간 접촉을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백신 접종,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이 세 가지가 우리의 삶에 기본적인 요소가 되었는데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이런 삶을 살게 될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과거로의 회귀로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다.
‘단계적 일상 회복’ 로드맵에는 1단계에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고, 2단계에서는 대규모 행사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며 3단계에서는 사적 모임의 인원 제한이 사라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11월 이후 모습은 과거 우리 삶의 모습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을 위해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며 고위험 시설 출입을 위해서는 백신접종증명서나 코로나19 PCR 음성 증명서를 제시해야 하며, 방문하는 모든 다중이용시설과 대규모 행사장에서는 전자출입명부 작성이나 안심콜을 해야 한다. 우리가 안전한 일상의 모습을 누리기 위해서는 번거롭게 느껴지는 이러한 제도들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코로나19가 좋아하는 ‘3밀’(밀접, 밀폐, 밀집) 공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모든 다중이용시설이 환기가 잘되는 구조로 바뀌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창문이 있는 공간은 맞통풍이 가능하도록 수시로 양방향의 창문을 열어 환기하도록 하고 지하 공간이나 창문이 없는 장소는 환기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야 한다. 중앙에서 공조를 제어하는 대형 건물은 외부 공기 유입을 최대로 늘려 실내 공기가 정체되는 것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우리 사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혐오와 정쟁과 무관심 속에서 취약한 사람들은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의 과정에서는 취약한 사회구조 속에서 소외돼 항변조차 못 했던 사람들도 함께 공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잘 버티어 온 이유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위드 코로나’는 흐르는 강물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맞닥뜨려야 하는 역사의 순간이 됐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새로운 길을 이제는 ‘함께’ 걸어야 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