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 비상] 깐마늘-고춧가루 등 가격도 오름세, 배추무름병 번지면 비용 더 상승 4인 가족 김장비 30만원 넘을수도… 정부, 재료 비축물량 공급 늘리기로 “포장김치 사먹겠다” 김장포기 늘어… 맛-주문량 맞춤 판매 플랫폼 등장
서울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 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김치를 담그는 대신 사먹을 작정이다. 김 씨는 “원래 적은 양이나마 직접 김치를 담가서 먹었는데 요즘 채소 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김장 비용이 부담스럽다”며 “담가 먹는 수고 등을 고려하면 다양하게 잘 나오는 포장김치를 사먹는 게 차라리 낫다”고 했다.
11월 김장철을 앞두고 ‘가을 추위’까지 겹쳐 양념채소 등 김장 재료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김장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매년 김장 비용이 올라 직접 김치를 담그는 대신 포장김치를 사먹는 ‘김장포기족’(김포족)도 늘어나고 있다.
○ 쪽파 61%, 깐마늘 28%, 고춧가루 16% 상승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의 재배면적이 최근 5년 평균치(평년) 대비 7% 감소한 탓에 생산량도 평년에 비해 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을무의 재배면적도 줄면서 생산량은 평년 대비 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1, 12월 가을배추의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5% 정도 오른 포기당 2300∼2500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가을무는 개당 900∼1250원 선으로 평년보다 쌀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강원, 충청 등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배추무름병(배추가 짓물러 썩는 병) 피해가 확산하면 정부의 예상과 달리 가을배추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깐마늘과 쪽파 같은 양념채소와 고춧가루, 소금 등 김장에 쓰이는 다른 재료들의 가격은 이미 평년 대비 크게 오른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7일 국산 깐마늘의 소비자가격은 kg당 1만2109원으로 평년 대비 28% 비싸다. 국산 고춧가루도 kg당 3만4042원으로 16.3% 올랐다. 쪽파는 1kg에 8820원으로 61.1% 급등했다. 굵은소금은 5kg 가격이 1만444원으로 평년 대비 42.4% 상승했다. 배추와 무 가격까지 불안해지면 올해 4인 가족(20포기) 기준 김장 비용이 작년처럼 30만 원을 넘길 수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4인 가족 김장 비용이 30만5377원까지 올랐다. 역대급으로 길었던 장마와 일부 품목의 작황 부진 영향이 컸다.
○ ‘김포족’ 늘자 맞춤형 김치 판매 플랫폼 나와
정부는 다음 달부터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반을 꾸리고 수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김장철인 11월 하순∼12월 상순 배추 출하량을 평소의 1.37배로 늘리고, 비축해둔 깐마늘 1000t을 공급하기로 했다. 11월 11일∼12월 8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농축산물 쿠폰을 활용해 김장채소류와 돼지고기를 20∼30% 할인 판매한다. 이 기간 쿠폰 한도도 기존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늘린다.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배추, 무, 마늘 등 김장채소를 최대 40% 저렴하게 판매한다.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것보다 사먹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김포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달 7∼12일 소비자 631명을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구 김장 규모는 22.1포기로 평년(22.8포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