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17년 만에 가장 큰 위기에 몰린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사명(社名) 변경을 계기로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최근 내부 고발자의 폭로와 이에 대한 정치권, 언론의 비판 공세로 궁지에 몰린 페이스북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커버그 CEO는 28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회사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연례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밝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회사의 주요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모기업이던 페이스북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는 소셜미디어 기업으로 인식돼 왔지만 우리의 DNA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며 “메타버스는 우리가 막 (페이스북을) 출발했을 때의 소셜네트워킹처럼 이제 차세대의 선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융합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조어로, VR과 AR이 진화한 개념이다. 저커버그 CEO는 새로운 사명(社名)인 메타가 그리스어로 ‘저 너머(beyond)’라는 뜻이라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그는 메타버스가 앞으로 10년 안에 모바일 인터넷을 대체해 주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80분 간 자신의 아바타가 여러 개의 다른 디지털 공간을 오가며 로봇 혹은 친구들의 아바타와 게임을 하거나 먼 곳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을 시연하듯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줬다. 메타버스를 적용할 만한 영역으로 비디오게임과 피트니스, 업무 등을 들었다. 새 회사는 내년까지 메타버스 개발에 100억 달러(약 11조68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페이스북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기존 사업과 서비스는 유지한 채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 구글이 2015년 모기업 ‘알파벳’을 설립한 바 있지만 구글이라는 기업 자체가 사라지는 방식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2000년대 초 필립모리스 등 해외 유명 담배회사들이 담배 관련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하며 이미지가 추락하자 사명 교체를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이 비슷한 사례로 평가된다.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필립모리스가 2000년대 초반 사명을 알트리아그룹으로 변경한 일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담배회사나 석유·석탄 등 전통적인 에너지·화학 기업 등이 친환경적 이미지를 얻기 위해 사명변경을 추진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 경우에도 사업적인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