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라면에 소주 칵테일, 후식은 달고나….
제6회 런던 아시아영화제(LEAFF·집행위원장 전혜정) 기간 동안 K-푸드가 영국 현지 관객들의 입맛을 연일 저격하고 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로 이미 친숙해진 농심 라면은 현지에서 새로운 퓨젼메뉴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Taste of Asia)’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유명 백화점인 셀프리지 안에 있는 영화관인 ‘셀프리지 시네마’에서 불고기 라면과 소주를 재료로 한 한국 요리가 나왔다. 제6회 런던 아시아영화제 특별 행사로 영화 관계자, 런던 푸드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우선 식전주로 소주 칵테일에 이어 이날의 메인 음식 ‘불고기 신라면’과 ‘순라면 크로켓’이 나왔다. 불고기 신라면은 신라면에 불고기와 새송이 버섯, 통깨 소스를 더한 음식으로 ‘신라면 온 파이어(Shin Ramyun on Fire)’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메뉴다. 신라면 온 파이어는 영화관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물을 빼고 볶은 신라면에 불고기를 얹었다. 불고기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음식으로 영국인들도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스테이크를 곁들인 짜파구리에 이미 익숙해진 외국 관객들은 매운 신라면과 불고기의 색다른 조합에도 환호했다. 한 영국 출신 푸드 인플루언서는 “신라면의 매콤한 맛에 불고기 소스와 통깨 소스의 단 맛이 잘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맛이 됐다”며 찬사를 보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라면인 순라면은 비건메뉴 ‘순라면 인 크로켓 (Soon Ramyun in Croquette)’으로 태어났다. 순라면을 비건 치즈와 섞어 치즈볼로 튀겨낸 것을 야채 샐러드 위에 얹은 음식이다. 접시 위 크로켓을 반으로 가르기 전까지는 라면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놀라움과 즐거움을 더한다. 런던의 거의 모든 레스토랑엔 비건 메뉴가 있을 만큼 유럽에서 비건은 보편적인 음식이다. 순라면 인 크로켓은 채식음식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라면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가 관객들에게 제공되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즉석에서 ‘뽑기’에 열중하던 영국관객들 중 특히 우산모양 뽑기에 성공한 관객이 기뻐하자 주변에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시식회는 민규동 감독의 영화 ‘간호중’ 시사회와 함께 열려 음식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 세계의 온갖 다양한 문화가 꽃피는 런던에 걸맞는 이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9년 런던 아시아영화제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보면서 런던 시민들이 컵라면과 소주를 시식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는 신라면 시식회 때 셰프에게 자세한 조리법을 묻는 푸드 인플루언서들의 질문이 쏟아져 한국 영화 속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분위기였다.
이날 영국 관객들에게 신라면 불고기와 순라면 크로켓을 선보인 셰프는 원주영, 곽호건, 조수진 셰프다. 런던 르꼬르동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원주영 셰프는 런던 힐튼 온 파크 레인 호텔 최고급 프랑스식 레스토랑인 ‘갤빈 앳 윈도즈 (Galvin at Windows)’를 7년 동안 이끌며 미슐랭 1스타 주방장으로 활약했다. 미슐랭 스타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선정 과정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호텔레스토랑 평가 지표다. 곽호건, 조수진 셰프도 런던에서 일하며 현지 입맛과 한식의 장점을 조화시키는 요리를 선보여왔다.
농심의 특별 메뉴 개발을 담당한 원주영 헤드 셰프는 “아시아 영화와 더불어 음식으로 영국에 한국 및 아시아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며 “영국인들도 집에서 농심 라면을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 메뉴는 런던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셀프리지 백화점 영화관(The Cinema at Selfridges)과 대표적인 주거지역에 위치한 치즈윅 시네마(The Chiswick Cinema)에서 영화제 마지막 날인 10월 31일까지 제공된다.
올해로 제6회를 맞은 런던동아시아영화제는 21~31일 ‘유체이탈자’, ‘광대: 소리꾼 감독판’ 등 다수의 한국 영화를 비롯해 동아시아 영화 33편을 오데온 극장, 셀프리지스 백화점 영화관, 치스윅 시네마 등 런던 시내 중심가 극장 일대에서 상영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