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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집권 10년 ‘김정은주의’… 배곯는 인민에 강요된 核·수령 숭배

입력 | 2021-10-30 00:00:00

노동당 창건일 기념강연회 연설 나선 김정은.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을 맞아 당 회의장 배경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을 없애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아버지와 다른 독자적 사상체계를 정립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또 한반도 종전선언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과 광물 수출, 석유 수입 등 제재 해제를 내걸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김정은주의는 김정은이 집권 이래 내걸어 온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아우르는 김정은 시대의 도그마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선대(先代)에 부여하던 ‘주의’를 벌써 김정은 이름에 붙인 것은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권력층의 안간힘일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공식 호칭은 아니지만 이름 앞에 ‘또 한 분의 위대한 수령’ 같은 수식어가 붙으며 그간 할아버지에게만 부여됐던 수령의 반열로 올라가고 있다.

김정은은 올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총비서 자리에 오르면서 당규약 개정을 통해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선대의 역사로 돌렸다. 아버지 시대의 ‘선군정치’도 삭제하고 대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웠다. 아울러 2017년 장거리 핵미사일 도발 이후 세계적 전략국가의 반열에 올랐다며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제창해 왔다. 하지만 인민도 제일, 국가도 제일이라는 김정은주의는 집권 10년의 현실을 감추기 위한 허상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과 함께 권좌에 오른 김정은은 친족 살해와 측근 숙청 등 공포정치로 권력층의 충성을 강요하고 주민들에겐 핵무기로 상징되는 국가주의 환상을 심으며 대중 동원 체제를 이끌어왔다. 3년 전 비핵화를 내건 외교 쇼로 국제무대에 나타나 개혁·개방의 기대도 낳았지만 결국 북한을 다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자폐(自閉)국가로 되돌렸다. 그 결과가 김정은 스스로 토로하고 있는 극심한 식량난이다.

김정은은 이제 “미국이나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이 아니다”라며 슬금슬금 대화의 여지를 시사하고 있다. 그만큼 어렵다는 절박감의 반영이다. 그런데도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것 자체를 카드로 내밀며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핵을 껴안고 더 버텨 보겠다는 심산이겠지만 그건 집권 10년을 파탄과 재앙의 역사로 마무리 짓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굶주린 인민들에겐 핵미사일도 수령도 숭배와 복종의 대상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