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은 주말엔 지인들과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권은주 감독 제공.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44)이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마라톤 교실 ‘Run With Judy’를 운영하고 있다. 월 수 금 오후 8시에 시작한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권 감독을 통해 ‘잘 달리는 법’을 알아봤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이 마라톤 교실 ‘Run With Judy’를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운영한다. 권은주 감독 제공.
“제 선수시절을 돌아보니 성적에 급급해 예민했어요. 억지로, 타의에 의해 훈련한 측면도 있었고.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은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것이잖아요. 취미로 즐기면서. 그런데 취미로 하면서도 열심히 하는 열정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너무 무리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제 선수시절 얘기하면서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스트레스 풀려고 달리는데 무리해서 다치면 더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권 감독은 제주도청 선수시절이었던 2000년대 중반부터 이벤트성으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을 지도했다. 마라톤 전문 브랜드 아식스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015년엔 아식스 정식 직원으로 마케팅 담당을 하면서 ARC(아식스 러닝 클럽)을 이끌기도 했다. 올 6월까지 ARC를 이끌던 그는 아식스가 오프라인 행사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게 돼 7월부터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마라톤교실을 시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A형 간염에 걸려 3개월간 고생하는 바람에 10월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육상경기연맹 회장님의 도움으로 3개월 무료로 한 뒤 유료화하려고 했는데 제가 아픈 바람에 10월만 무료로 하고 11월부터 유료화 합니다. 달리기를 돈 주고 배우려는 분들이 별로 없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내야 더 참여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대로 배워야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이 마라톤 교실 ‘Run With Judy’를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운영한다. 권 감독은 직접 마스터스마라토너들과 함께 달리며 실전 교육을 한다. 권은주 감독 제공.
권 감독은 ‘배에 힘을 주고 똑바로 서서 팔을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고 발을 11자로 달려야 한다’는 기본자세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신체구조에 맞는 방법으로 달리는 것을 권유한다.
“처음엔 기본자세를 알려주지만 계속 달리다보면 자신만의 자세가 나오게 됩니다. 그럼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달리는 법도 알게 되지요. 똑바로 서서 달리는 사람, 약간 앞으로 몸을 숙이고 달리는 사람, 고개를 뒤로 젖히고 달리는 사람 등 다 스타일이 다릅니다. 기본자세를 강조하지만 개인 스타일에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앞줄 왼쪽)이 마스터스마라토너들과 서울 경복궁 주변을 달리고 있다. 권은주 감독 제공.
권 감독은 바른 주법, 코어 근육운동 방법, 적당한 휴식 등 가장 효과적으로 달릴 수 있게 지도하고 있다. 플랭크, 스쾃, 런지, 푸시업, 윗몸일으키기 등 달리는데 필요한 바디웨이트(프리 웨이트·몸으로 할 수 있는 근육운동) 방법은 물론 다양한 보강훈련 법도 전수한다. 권 감독의 강점은 함께 달리며 지도한다는 점이다. 함께 달리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잘못 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권 감독은 레슨 때 5~10km를 함께 달리고 주말에 지인들과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20km를 하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홈트레이닝으로 코어 및 전신 근력운동도 계속 하고 있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앞줄 왼쪽)이 마스터스마라토너들과 서울 경복궁 주변을 달리고 있다. 권은주 감독 제공.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걸어야 한다.
“과체중인 분들은 달리면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걸어야 하는데 평지보다 약간 높은 야산을 걷는 게 좋습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연결돼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 형식을 갖출 때 살이 잘 빠집니다. 다리 근육 발달에도 좋습니다.”
다이어트에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이 효과적이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등산은 오르막 내리막을 계속 반복하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불린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그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으로 주로 엘리트 선수들의 심폐지구력을 강화할 때 쓰인다. 에너지 소비량도 더 높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가운데)이 마라톤 교실에서 참가자들에게 보강훈련을 시키고 있다. 권은주 감독 제공.
“좋은 현상입니다. 젊은이들은 일명 크루라고 무리지어 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함께 달리고 SNS에 올리며 자신들의 에너지를 과시합니다. 코로나19로 주춤했지만 그에 맞게 2,3명 3,4명 씩 달리는 문화도 생겼습니다. 함께 달리며 서로 응원하고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문화가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권 감독은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달리는 것을 권유한다. 달리기가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이긴 하지만 함께 달리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받쳐주며 더 쉽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달림이들도 늘었다.
“사실 모든 스포츠에서 남녀의 장벽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달리기 걷기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이 몸에 좋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요. 하느냐 안 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죠. 과거엔 여자 운동선수하면 거칠게 봤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SNS에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진 것만 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달리면 에너지 넘치고 활기차 보입니다. 예쁘고 건강한 이미지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따라서 합니다. 이제 여성들이 달리고 근육 만드는 게 전혀 이상한 게 아닙니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이 마라톤 교실 ‘Run With Judy’를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운영한다. 권은주 감독 제공.
“지도하다보면 본인들이 이렇게 잘 달릴지 모르고 있다가 직접 느낀 뒤 자신감을 얻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달리면서 자신감이 붙어 열정적으로 살아가죠. 너무 과해서 부상 등 역효과에 고생하는 분들도 있지만 달린 뒤 더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권 감독은 일단 인천에서 시작하고 조만간 서울에서도 달리기 교실을 열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엘리트선수들도 지도하고 싶단다. 엘리트를 지도하더라도 마스터스 마라톤교실은 계속 운영한다.
“제가 좋아서 함께 달리는 겁니다. 달리기는 제 스스로를 관리하는 수단이기도 하고요. 100세 할머니가 돼서도 달리고 있을 겁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