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생 2막]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노후 설계의 발목을 잡는 세가지 착각을 버려라 장수는 관리하면 축복, 관리 못하면 재앙 누구나 100세까지 산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질 자녀세대, 결핍과 자립을 가르쳐라 평생 현역 위해 자신이 오래 할 수 있는 일 찾아내야
강창희 대표는 74세인 지금도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고 신문을 스크랩한다. 사무실에는 은퇴와 자산운용 관련 서적이 가득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74)가 요즘 많이 하고 다니는 얘기다. 좀더 설명을 들어보자.
“우선 자신에게 80세 이후는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누구나 100세까지 산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해 절약하고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할 생각을 해야 해요. 둘째로 죽음까지의 마지막 몇 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아프고 힘듭니다. 이때 돈과 외로움 등으로 고생하게 되지요. 셋째 자녀는 당신의 노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우리 부모세대처럼 자식에게 마구 쏟아부으면 내 노후가 보장될 것이라는 막연한 착각을 버려야 하지요.”
○자산운용사 대표에서 투자교육연구소장으로 ‘재취업’
그는 말 그대로 한국의 은퇴 및 투자교육의 개척자라 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의 대표를 2차례 역임한 뒤인 2002년, 갑작스레 ‘금융교육’ 분야로의 전업을 선언하고 투자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일종의 ‘재취업’이죠. 자산운용이 성공하려면 운용만 잘 해서는 소용이 없겠더라구요. 투자자들이 단기시항에 이끌려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장기분산투자를 하라고 설득하려면 교육이 필요했어요.”
금융투자는 ‘재테크’로만 인식되던 당시 상황에서 그가 생애설계를 위한 자산운용과 장기투자, 적립식 투자, 분산투자 등을 설파하면서 자산운용업계 전반에 투자자 교육 열풍이 일어났다. 마침 저금리와 고령화시대가 오고 있었다. 전국에서 강연요청이 쇄도했다. 그때 시작한 이 일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며 그는 은퇴와 생애설계 관련한 현실을 강연과 저서, 방송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돈 없이 오래 살 위험에 대비하라’
‘돈 없이 오래 살 위험에 대비하라’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젊어서부터 준비하라’는 그의 주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 구실을 한다.그가 일찌감치 장수 고령화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었던 비결은 일본의 고령사회를 미리 볼 수 있었던 데 있다. 그는 45년 전 일본에서 연수할 때 머리 희끗한 노인들이 젊은이들은 안 할 것같은 허드렛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많이 봤다고 한다. 대기업 중역이나 관료로 한자리씩 했던 노인들이 체면을 버리고 자기 할 일 하는 모습을 보며 높은 자리, 많은 수입보다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이게 우리의 미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평생 현역이 최고의 노후대책”
그는 ‘평생 현역’이 최고의 노후대책이라는 자신의 지론을 몸소 실천해보이고 있다. 74세인 요즘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사무실과 여의도 자택 근처의 개인법인 사무실을 오가며 강연을 요청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다만 웃으며 얼버무리는 그를 상대로 캐묻다 보니 이런 일들이 거의 재능기부 차원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았다.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누군가가 제 얘기를 들으려 하고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말이죠.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덤입니다.”
그가 꼽는 노후를 괴롭히는 세가지 난적(難敵)은 돈 건강 외로움인데, 여기서 벗어나는 특효약이 바로 일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는 노후에는 멋진 일, 폼나는 일은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허름한 일이라도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권한다.
강창희대표는 ‘평생현역이 가장 좋은 노후대책’이라는 평소 지론은 몸소 실천해보여주고 있다. 74세가 된 지금도 요청이 있는 곳엔 어디든 찾아가 자신이 가진 노후설계와 은퇴에 대한 지식을 나눠준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자식이 부모보다 가난한 시대가 왔다’
그가 권하는 노후설계와 자산운용에 대한 논의는 이미 고전이 돼 버렸을 정도로 이 분야 사람들에게는 침투해 있다. 코로나 사태가 오기 직전까지 연간 최대 400회 강연을 뛰었다. 코로나 사태로 발이 묶인 뒤, 유튜브라는 신세계가 열렸다. 유튜브 경제방송인 삼프로TV에 지난해 강 대표가 출연한 ‘노후파산’ 관련 동영상은 조회수 247만을 기록했다. 여기서 그는 위에 소개한 ‘노후를 망치는 3가지 착각’에 대해 얘기했다. 이밖에도 그는 ‘젊은 세대는 재테크보다는 당장 자신의 직업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남는 투자’라고 강조한다. 저금리시대에 자신이 받는 노동소득을 월 100만원 올리는 것은 자산 10억을 갖는 것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 은퇴를 위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중 연금으로 안전망을 구축하라고 강조한다.
“직장인은 특히 퇴직연금 관리에 따라 노후가 달라집니다. 미국에서는 ‘백만장자 퇴직자’가 늘고 있어요. 미국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인 ‘401K’와 미국 주식시장의 활황 덕분인데, 퇴직연금을 적립식으로 20~30년 투자하면 복리로 불어나 퇴직할 때쯤 100만 달러, 우리돈 약 10억 원 정도는 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거죠.”
○라이프워크 만들어 ‘창직’
그로서는 금융교육에 매진해온 지난 20년간은 ‘창직(創職· 기존에 없던 직업 직종을 만들어내는 것) 과정이었다고 한다. 대우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증권사와 투신사를 오가며 일해온 그는 55세이던 2002년 굿모닝투자신탁운용(현 PCA투자신탁운용)에 투자교육연구소를 만들고 소장으로 취임했다. 사회공헌이란 단어가 생소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2004년부터는 미래에셋으로 자리를 옮겨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으로 일했다. 이 또한 그가 사측에 제안해 이뤄진 일이었다. 그로부터 9년간, 그의 소속은 퇴직연금연구소, 은퇴연구소 등으로 바뀌었지만 하는 일은 꾸준했다. 2012년 12월 말 65세로 미래에셋에서 은퇴했다. ’미래와 금융연구포럼‘ 대표로 취임한 그에게 2014년 ’사회공헌‘ 사업을 찾던 자산운용회사가 연락을 해왔다. 현재까지 7년째 일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직이 주어졌다. 근 20년을 금융교육에 종사했지만 당장 돈버는 일과는 늘 거리가 있었다.
“당장의 매출을 요구하지 않는 좋은 경영진과 함께 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죠.”
대신 그가 속한 조직의 명예와 영향력이 커졌고 대중이 느끼는 친숙도가 커졌을 것이다.
○자녀에 대한 투자를 줄여라
이런 그가 늘 강조하는 것이 ’자녀리스크‘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노후를 생각지 않고 자녀에게 올인 했다가 비참한 노후를 맞게 된다는 지적이다. 사교육비, 결혼비용에 사업비용까지 대주고는 쪽방에서 노후를 맞는 노인들도 부지기수라고 강조한다. 그렇게 성장한 자녀들이 취업도 못하고 있으면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걸 그는 ’자녀 리스크‘라 부른다. “생활비는 자녀의 도움에 의존한다는 고령자가 10년 전만 해도 40%였지만 최근엔 23%로 줄었습니다. 이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겁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노후 수입 대부분이 연금에서 나오고 자녀에게서 오는 수입은 0.4~1% 선에 그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무원 교사 군인을 제외한다면 공적연금 만으로 노후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 월 100만 원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가 6.6%에 불과한 현실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3층 연금구조를 마련해 노후 고정수입을 최대한 확보해놓아야 하는 이유다.
2014년 동아스마트 금융박람회에서 ’100세 시대의 생애설계와 자산관리‘에 대해 강연하는 강창희 대표. 동아일보DB
○자녀에게 자립과 결핍을 가르쳐라
강대표가 자녀에 대한 투자를 줄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저성장과 결핍의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나는 시대에는 경제도 성장한다. 한국의 인구구조를 보면 1950년대부터 28년간 매년 100만명 안팎의 인구가 태어났다. 이들이 성장해 현역으로 일하던 시기는 인구보너스를 누리는 행복한 시대였다. 하지만 고령화와 0대로 내려간 초저출산율이 동시에 진행되는 인구오너스의 시대다. “연간 30만 명도 태어나지 않는 아이들이 매년 100만 명씩 늘어나는 노인세대를 먹여 살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죠. 여기에 저성장 시대를 맞은 세계적 추세도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시대가 왔다는 점입니다. 각자도생하지 않으면 함께 쓰러질 수밖에 없어요.”
살아남는 길은 절약. 우선 본인들부터 낭비요인을 줄이고 자녀들에게도 결핍을 가르쳐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은 100세는 확실히 넘게 삽니다. 부모세대보다 가난한데 무지막지한 장수가 보장된 세대예요. 부모가 100세에 타계하면 자녀들은 70~80세. 그때 재산을 물려준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세상을 달리 살아갈 지혜를 물려주는 게 맞죠.”
같은 이유로 자녀에게 의지할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부모들이 자신의 노후를 뒷전에 두고 자녀에게 ’올인‘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80~90세가 되어 자신도 살기 힘든 환갑넘은 자식에게 ’너 해외유학 보내주고 결혼 때 집 해줬잖아. 그거 갚아라‘고 할 겁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수명은 늘어나는데 정년은 빨라지는 게 요즘 세태.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체감 정년은 51.7세다. 대개의 경우 한번 직장을 그만둔 뒤 다음번 직장에서는 전 직장 급여의 절반 정도 받으면 성공적이라고 한다.
○노후 준비, 한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준비하라
그의 요즘 가장 큰 바람은 이런 자신의 얘기를 젊은 사람들이, 그것도 부부가 함께 들어줬으면 하는 것이다.“은퇴준비 노후준비라는 게 사실은 생애 주기를 기획하는 거예요. 평생의 꿈과 성취목표, 생명을 마무리할 때까지의 사이클을 미리 생각해보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미리 시작할수록 선택지가 많고 덜 힘들죠. 인생에는 복리의 마법이 작동하니까요.”
-최근 출연하신 유튜브 방송에는 30, 40대 시청자들이 “지금 이걸 보게 돼 다행”이라는 식의 코멘트들이 많던데요.
“가장 보람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최소한 40대에는 자신의 인생 2막에 대해 생각해보고 50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보다 나이가 많은 중장년들도 각자의 단계에서 준비할 것들이 많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입니다.”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