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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느끼기 나름이야” [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 2021-11-01 03:00:00

지난달 19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가운데)이 윈저성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 서밋 환영행사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95세인 여왕은 이 행사 다음 날 입원하며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다. AP 뉴시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95세로 내년에 즉위 70주년을 맞는 여왕은 최근 주요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건강이상설이 제기됐습니다.

△“Our workaholic Queen is making up for lost time, but for all our sakes, Ma‘am, please slow down.”

여왕은 입원한 지 하루 만에 퇴원했지만 병원의 휴식 권고에 따라 북아일랜드 방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취소했습니다. 여왕은 10월 한 달간 19회의 공식행사에 침석하면서 그 나이로는 믿기 힘들 정도의 강행군 일정을 유지해왔습니다. 영국의 한 유명 칼럼니스트의 애교 넘치는 주문입니다. “우리의 워커홀릭 여왕이 (팬데믹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고 한다. 하지만 여왕님, 우리 모두를 위해 제발 속도를 줄여줘요.” ‘Ma’am’(‘맘’으로 발음)은 영국인들이 여왕을 격의 없이 부르는 애칭입니다. ‘make up for lost time’은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다’라는 의미죠.

△“Her Majesty believes you are as old as you feel.”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여왕은 최근 영국의 한 잡지사가 제안한 ‘올해의 노인상(the Oldie of the Year)’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비서실 발표에 따르면 “나이는 느끼는 만큼이라는 것이 여왕의 믿음”이라고 합니다. ‘Ma‘am’이 애칭이라면 ’Her Majesty(여왕 폐하)’는 공식 존칭이죠.

△“Buck your ideas up Mr. Gates.”

최근 여왕은 윈저성에서 열린 행사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게이츠는 여왕 접견 예절인 고개를 숙여 인사하지 않고, 대뜸 “Hi(안녕)”라고 외치며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극히 미국식 인사법으로 빈축을 샀습니다. 우연하게도 그를 만난 뒤 여왕이 입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여왕이 빌 게이츠 때문에 심기가 편치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죠. 영국인들 사이에 이런 유행어가 돌고 있다고 합니다. “게이츠 씨, 태도 좀 고치세요.” ‘buck up’은 ‘개선하다’는 뜻입니다. “buck your ideas up”은 “태도나 생각을 고치다”라는 뜻이죠.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