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
《1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시작된다. 하루라도 빨리 일상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우리에게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위드 코로나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아직 치명률도 높고, 재택치료 시스템도 미비한데 어떻게 위드 코로나를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너무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은경 질병청장의 직전 전임자였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인과성은 있지만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을 보류하고 있는데 너무 야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백신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자료 자체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인터뷰는 방역수칙을 지킨채 촬영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고 진행됐습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위험한 게임이라니….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 대응을 확진자보다 위중증, 사망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확진자는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으로 보냈지만 앞으로는 모든 확진자를 집에 머무르게 한 뒤 심한 사람만 병원으로 보내겠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각 병원 중환자실이 어디가 비고 찼는지, 갑자기 증상이 악화된 중환자를 당장 보낼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이 없다.” (선후가 바뀌었다는 건가.) “재택치료로 전환한다기에 정부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고…. 불과 며칠 전에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가 이송이 늦어져 숨졌다. 중환자 병실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구급차가 빙빙 도는 사이에 사망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
―재택치료란 건 사실상 없다고 했는데….
“말이 좋아 재택치료지 실제로는 모두 자택 격리다. 이건 치료가 아니다.” (정부는 ‘치료’라고 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확진자가 더 늘 가능성이 높다. 1만 명, 2만 명 이야기도 나오니까. 재택치료로 전환한다고 선언을 안 하면 확진자를 모두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데 감당할 수 없으니까 머리를 쓴 거지.” (의사가 일일이 왕진 다닐 수는 없지 않나.) 모니터링을 통해 전화로 상태를 듣는 게 전부일 거다. 청진기 한 번 못 대면 진찰도 안 되는데 치료라니…. 아직은 치료약도 없는데 자택 격리 상태에서 무슨 치료를 하나? 타이레놀이나 주는 게 고작이지. 더군다나 지자체에 재택치료 업무를 넘겼으니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곳이 속출할 거다.”
―보건소 인력은 완전 탈진 상태 아닌가.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휴직자가 많다. 직원을 모집해도 오는 사람이 없다. 특별한 대접을 해주는 것도 아니니까.” (같은 질문을 또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미비점을 보완한 뒤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재택치료로 전환하면서 또 지자체에 진료반과 격리반 두 개를 만들게 했다. 업무가 가중된 거지. 격리반은 행정에서 한다지만 진료반은 보건소 인력이 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탈진인데 앞으로는 집집마다 찾아다녀야 한다.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할까? 그리고 진짜 큰 문제가 있다.”
―진짜 큰 문제라니….
―병상보다 중환자가 많으면 어떻게 되나.
“그걸 의료체계 붕괴라고 하는 거다. 일단은 중환자실과 일반병실 사이인 준중환자실로 보낼 거다. 전국에 500개 정도가 있는데 당연히 진료의 질은 중환자실보다 떨어진다. 말이 500개지 여기까지 중환자를 보내는 상황이면 더 줄여야 한다. 기계를 설치할 공간이 필요하니까. 지금 중환자실 1000개 중에 400여 개가 차 있는데 돌볼 의료 인력이 모자라 탈진 상태다. 그런데 중환자실이 다 차서 준증환자실까지 넘어온 중환자들을 치료한다? 침대만 있으면 뭐하나.”
―그렇다고 아무도 안 돌볼 수는 없지 않나.
“지금은 중환자실 환자는 다 교수가 보게 돼 있다. 그래서 의료의 질이 아주 높다. 그런데 앞서 말한 상태가 되면 교수로는 안 되고 대학병원 같으면 경험이 적은 전공의들까지 매달리게 될 거다. 중환자는 늘고, 의료의 질은 낮아지면 당연히 죽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겠나. 정부에서 입원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으면 ‘서킷 브레이크(긴급방역강화제도)’를 한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는 게… 80% 됐을 때 스톱시키면 한두 주 지나면 100%가 된다. 병이 악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처럼 자꾸 왜 저러는지….”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 방역당국에 의사가 많은데.
“방역정책에 참여하는 전문가들 중에 제목소리를 안 내는 사람들이 많다. 또 의사라도 한 번도 중환자실에서 자기 환자를 치료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중환자실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피상적으로만 안다. 그래서 작년부터 긴급 상황을 대비해 평소에 중환자를 보던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가정의학과, 일반외과, 심장내과 의사 등으로 일종의 의료 예비군을 양성해 놓자고 했는데 전혀 안 됐다.”
―당신 말을 들으면, 위드 코로나를 결정한 의학적 근거는 오직 백신 접종률 70% 달성뿐인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다. 정부는 전 국민의 70% 이상이 접종한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자화자찬하지만 70%란 수치에 속으면 안 된다. 누적 수치니까. 지금 무늬만 접종 상태인 사람도 많을 거다.” (무늬만 접종자라니?) “최근에 나오는 델타변이 바이러스 자료를 보면 2차 접종을 한 뒤 4, 5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50% 밑으로 떨어진다. 모두 일시에 맞은 게 아니라 2월부터 시작해서 지금 8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초기에 맞은 사람들은 백신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얀센은 접종 후 두 달 지나면 부스터샷을 맞게 하지 않나. 70% 접종했다고 축하할 일이 아니다. 중환자수와 치명률이 더 떨어지는 걸 확인하고 가야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부스터샷을 얼마 만에 맞아야 하는지 정확한 자료도 없다.”
※10월 31일 0시 기준 2차 접종 완료자는 75.3%다.
2016년 2월 지카바이러스 대응회의에 참석한 정기석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왼쪽)과 정은경 긴급상황센터장(현 질병청장).
“그건 남의 나라 자료고…. 이미 전 국민의 70%가 백신을 맞았다. 그러면 접종자 혈액을 뽑아서 우리나라 국민의 항체 형성률이 어느 정도인지, 효과가 떨어지는 데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리는지, 그중에 돌파 감염은 어느 정도인지 등 우리만의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발표된 자료가 없다. 그런 일을 하라고 국립보건연구원 내 감염병연구소를 만들었는데도.” (여력이 없는 걸까.) “생각이 없는 거지. 접종자가 동의만 하면 검사 결과는 하루면 나온다. 그걸 계속 축적해 분석해야 언제 부스터샷을 맞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거다. 그냥 미국이 하는 거 보고 6개월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자료로는 6개월은 늦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11월 9일경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앞당겨졌다.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건지… 기간을 앞당긴 의학적 근거는 없다. 왜 이렇게 과격하게 갑자기 푸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동안 해 왔던 거리 두기 단계가 엉터리였다는 걸 자인하는 건데… 지금까지 했던 거리 두기 단계가 제대로 만들어진 거라면 그걸 한 단계씩 낮춰 가면 점진적 일상회복이 되는 거 아닌가. 방역은 절대로 이렇게 갑작스럽게 선언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왜 그렇게 갑자기 한다고 생각하나. 선거?) “그 외에 달리 뭐가….”
※10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질병청장은 “11월 9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시작해볼 수 있겠다”고 답했다. 70% 접종 예상일이 10월 25일이고, 항체 형성 기간 2주를 감안한 날짜다. 하지만 왜 11월 1일로 당겨졌고, 근거가 뭔지 알려진 것은 없다.
이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