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이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외교부 제공) © 뉴스1
우리 외교부는 이번 회담 결과 자료에서 두 장관이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 방안에 대해 진지한 협의를 했다”고 밝힌 반면, 미국 국무부 자료엔 ‘종전선언’ 표현 자체가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 9월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거듭 제안한 이후 그 추진에 모든 외교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지만, 선언의 주요 당사자인 미국 측과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 같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린 핵심이 되는 전략적 제안, 그리고 외교를 통해서만 (북한 문제 해결의) 진정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고 외교와 억제를 효과적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믿음엔 함께하고 있다”는 말도 했지만, 그의 브리핑 내용은 그간 우리 측이 제안한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견해차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2021.10.24/뉴스1 © News1
현재 우리 정부는 남북한과 미국, 나아가 중국까지 참여하는 종전선언이 북한과의 본격적인 대화 재개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당사국들을 상대로 그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이 평화협정과는 다르다는 점 또한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앞서 기자들에게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며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한반도의 정전협정 체제는 계속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에 관한 사안은 별개란 얘기다.
특히 북한이 우리 측의 종전선언 제안 뒤 ‘대북 적대시 정책과 2중 기준 철회’를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사실을 두고는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 이상의 결과를 담보해야 한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단지 ‘정치적 선언’일뿐인 종전선언엔 북한이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단 얘기다.
이와 관련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는 지난달 28일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미 정부는 실무차원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다각도로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자체적으로 종전선언이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법리적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면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다”며 그들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과 2중 기준 철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과 2중 기준 철회’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를 일부 해제 또는 완화하는 게 포함된다. 이는 북한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간의 2번째 정상회담 때도 요구했던 것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한미외교장관회담 결과 자료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이는 동북아시아, 인도·태평양, 그리고 그 너머에 이르는 평화·안보·번영의 핵심 축”이라며 “두 장관은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된 약속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