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미국 경찰이 총이나 흉기를 소지하지 않은 운전자나 동석자를 400명 이상 차량 단속 때 살해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 탐사보도를 통해 운전자의 별다른 위협이 없는 데도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꼴로 불필요한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2016년 9월 30일 이후 경찰이 운전자나 동석자를 살해한 400여 사건 중 180여 건의 사건 기록과 동영상, 음성 파일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차량 도난과 난폭 운전 등 폭력적이지 않은 범죄가 의심된 경우였다. 총기나 흉기 소지 같은 즉각적인 위협이 없는 데도 경찰이 차량 단속 과정에서 운전자를 살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400여 건 가운데 경찰관이 기소된 것은 32건이고, 이중 유죄가 선고된 것은 5건에 불과했다.
사례로 제시된 제네비브 도스 씨(21)는 2017년 1월 댈러스 지역의 한 아파트 건물 인근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차에서 잠들었다가 경찰의 검문에 걸렸다. 주차장에 의심스러운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6명의 경찰관이 차량을 에워쌌다. 한 경관이 “손들어. 움직이지마”라고 외치자 잠에서 깨어난 도스는 당황한 채 차량을 뒤로 잠시 뺐다. 경찰차가 이를 막아서자 그녀는 차량을 다시 앞으로 움직였고 갑자기 두 명의 경관이 멈추라고 소리치면서 조수석 창문을 통해 13발의 총격을 가했다. 당시 한 경찰관이 무전기에 “그들이 경찰차를 두 번 박았다”고 거짓으로 보고하는 장면도 동영상에 담겼다.
하지만 운전자가 경찰관을 공격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매우 드물기 때문에 경찰관의 이런 두려움은 과장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로 각종 연구 결과 경찰이 교통 단속 때 살해당할 확률은 360만 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