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2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서울시청에서 44조748억원 규모의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TBS 출연금을 올해 375억원에서 123억원 삭감한 252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TBS는 독립 언론으로,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함께 독립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재정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며 출연금 삭감 배경을 설명했다.
오 시장은 “TBS 독립을 심의하는 과정의 회의록을 보면 재정 자립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며 “광고를 충분히 함으로써 재정자립을 한다는 중요성이 자주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TV나 eFM(영어 FM)은 상업광고가 허용되지만 FM 라디오의 경우 상업광고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TBS) 사장의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독립의 힘으로 정부와 서울시 정책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을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 예산안 기자설명회를 갖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서울시 관계자는 “국회에서는 아무래도 정당 간 논쟁의 비중이 크다보니 TBS의 편향성을 주로 언급했다면 서울시 차원에서는 정치 문제를 떠나서 TBS 운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 보복이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TBS 출연금 삭감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여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서울시의회 110석 중 99석이 더불어민주당 차지다.
경만선 민주당 시의원은 지난달 29일 입장문에서 “방송사의 제작 비용을 삭감하는 것은 앉아만 있으라는 탄압”이라며 “서울시 행정을 정치적으로 사유화하는 지극히 옹졸한 행위이자 의회와 시민을 근본적으로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일 예정된 TBS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의 출연금 삭감으로 TBS의 내년도 운영이 어려워지고, 피해를 보는 직원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TBS가 당장 내년도 삭감분인 123억원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동정론도 예상된다.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은 ‘박원순표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민단체 등 지원 예산 1788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832억원이 삭감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부터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슬로건 아래 전임 시장 시절 이뤄진 시민단체 지원사업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해 왔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를 표방하지만 특정인 중심의 이익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들이 종종 있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한 것을 ‘전임 시장 지우기다’, ‘시민협치 부정이다’라고 하는 반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시민단체 관련 예산 ‘지키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이날 시작한 제303회 정례회에서 오 시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의 김인호 시의회 의장은 정례회 개회사에서 “새로운 지도자의 말 한마디면 기존 정책을 무조건 뒤집을 수 있다는 발상은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직접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모두의 노력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오 시장을 직격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이날 오 시장의 예산안 설명 브리핑 직전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참여, 주민자치의 가치를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시민단체 지원, 주민자치와 관련해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은 과거 민주당에서도 수차례 지적했던 내용이고 현재의 감사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다”며 “TBS 출연금 삭감도 마찬가지지만 오 시장의 행보를 ‘정치적 꼼수’로 보는 시각이야말로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