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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재택근무와의 이별[2030세상/김소라]

입력 | 2021-11-02 03:00:00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요즘 내 주변 2030 회사원들의 관심은 다른 무엇도 아닌 출근 자체다. 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 1단계는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 축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11월부터는 출근일이 늘어난다. 회사원이 출근하는 게 당연한데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생각해보니 재택근무를 한 지도 거의 2년이 됐다. 2년이면 무언가에 익숙해지기 충분하다. 일상 회복이 반가우나 출근이 걱정이라는 의견도 나올 만하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로 인해 시간 활용법을 새로 익혔다. 줄어든 출퇴근 시간만큼 개인 시간이 늘었다. 아이가 있다면 등하교를 시킬 수도 있다. 개인 시간 활용만이 아니다. A는 오전에 일이 잘되는 회사원이라 “아침에 사람들과 커피를 안 마셔서 재택근무가 좋았다”고 했다. 오프라인 사무실에서는 아침 티타임 제안을 매번 거절하기 난감하니 되던 일을 멈추고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재택근무는 의외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직장인이라고 재택근무를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집과 사무실이 붙어 있다면 업무가 끝나도 퇴근한 기분이 안 들어 답답할 수 있다. 관리자급도 재택근무를 덜 좋아한다. B는 오래된 제조업 회사 직원이라 재택근무를 해본 적이 없다. 생산직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데 사무직만 재택근무를 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사내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이 판단의 배경엔 ‘재택근무=덜 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산속에 앉아 일해도 성과만 내면 되는 거 아니냐.” 재택근무를 향한 의혹의 시선에 직장인 C의 반응은 단호했다. “재택근무 시기에 직원의 태만을 의심하면 그 조직 체계가 잘못”이란 말과 함께. 일리가 있다. 업무 분장이 잘되어 각자 기한 내 반드시 할 일이 있고, 평가체계가 잘되어 성과를 낼 이유가 분명하면 몸이야 어디에 있든 일을 하게 된다. C 역시 성과 제일주의로 유명한 회사에 다닌다.

문제는 재택근무 자체가 아니라 재택근무가 몸에 익은 직장인 집단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이 재택근무에 만족하게 되면 재택근무 가능 여부가 직장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이 된다. 구인 공고에 ‘주 1회 출근’ 등을 크게 적어둔 회사들도 있다. 판교 IT 회사원 D는 “재택근무가 축소될 걸 예상했으니 큰 불만 없다”면서도 “이직하면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하는 회사를 찾겠다”고 했다.

대규모 재택근무는 코로나19가 아니라면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을 실험이었다. 그 결과가 앞으로의 생산성과 업무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임상실험 결과처럼 천천히 그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재택근무 적응 기간만큼 회사 복귀에도 적응 기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나저나 오랜 재택근무로 인해 이웃들이 나를 백수로 오해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종료와 함께, 내 이웃들도 내가 회사를 다닌다는 사실에 대해 적응할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