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6개월 연속 2%대 고공행진을 지속하더니 지난달에는 3%를 넘기며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뿐 앞서 9월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세 등 상방 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당분간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맞춰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18% 올랐고, 여기서 통신비 상승분의 기여도는 0.67%포인트(p)로 집계됐다. 즉, 통신비 상승분을 제외하면 지난달 물가 등락 폭은 약 2.5%에 그쳤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6개월째(2.3%→2.6%→2.4%→2.6%→2.6%→2.5%) 2%대를 기록 중인데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지난달에도 비슷한 수준을 보였을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공공서비스 물가 지수는 99.83으로 전년 대비 5.4% 뛰었다. 이는 2001년 10월(5.4%) 이후 2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공공서비스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0.69%p로 통신비(0.67%p)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통신비 상승의 영향으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와 생활물가지수도 각각 전년 대비 2.8%, 4.6% 상승했다. 근원물가의 경우 2012년 1월(3.1%) 이후 최대 상승 폭이고,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011년 5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지난해 10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1888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2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한 것이 지난해 10월 물가(0.1%)를 크게 낮췄다”며 “올해는 그 효과가 소멸돼 0.7%p 만큼 상방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다음 달부터는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가 사라지지만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경기 회복과 정부 소비 진작책 등에 따른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도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이에 정부의 연간 물가 안정 목표치 2% 달성도 어려워진 분위기다. 지난달 말 기준 올해 물가 상승률은 2.2%로 남은 2달 동안 1%대 중후반을 기록해야 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남은 두 달 동안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플러스, 마이너스 0.1%p 정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물가 상방 압력 확대에 대응해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물가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오는 12일(잠정)부터 내년 4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유류세를 20% 인하한다. 이를 적용하면 휘발유는 ℓ(리터)당 164원을, 경유는 116원을, LPG부탄은 40원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10월 농산물과 채소류 물가 지수는 각각 6.3%, 17.4% 하락했다. 수산물도 0.7% 떨어졌고, 축산물만 1.3% 올랐다.
정부는 대형마트 등과 협력해 10월 말까지 추진 중인 쌀 할인행사를 연말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또한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인 김장 집중 시기에는 배추, 무, 고추, 마늘 등 김장 채소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축산물의 경우 11월에 집중적으로 할인 행사를 갖기로 했다.
이 차관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상방 압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방역 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가능성도 있다”며 “편승 인상이나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 심리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