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기획재정부 제공) 2021.11.2/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내부적으로 난색을 표하면서도 공식 반응은 아끼고 있다.
재난지원금이 이번 대선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 입장이 어느 쪽으로 기울든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조심하는 분위기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재명 후보는 올해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가 1인당 100만원은 돼야 하는데 현재 48만~50만원 지급됐다면서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지도부도 지원 의사를 표한 상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말까지 추가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원 이상 더 걷힐 예정”이라며 “이 재원을 기초로 국민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정상 연내 추경은 사실상 어렵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내년도 본예산 포함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후보 주장대로 1인당 30만~50만원을 지급하려면 단순 추산으로도 15조~25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헌법상 국회는 예산 삭감 권한만 가질 뿐 증액은 정부(기재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질문받고 “제가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가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 부탁드린다”며 “로마까지 와서 그 얘기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국민지원금을 추가지급하는 것에 “중앙정부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재부 내부에선 대선을 앞둔 시기인데다 앞서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당정 갈등’이 불거졌던 전례가 있어 더욱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자칫 정치적 개입이 돼선 안 되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선별지원이 맞다는) 홍 부총리의 스탠스는 같은데, 이 건과 관련해선 언급이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추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내년도 본예산 지출액을 대폭 증액하거나, 내년에 추경을 새로 짜는 방법뿐인데 추가세수를 고려해도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선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