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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병 투병’ 김영희 “연금 70만원 생활…서장훈·허재가 금전적 도움”

입력 | 2021-11-02 17:19:00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영상 갈무리 © 뉴스1


 거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농구선수 김영희가 안타까운 근황을 전했다.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는 ‘김영희를 만나다. 거인병 걸린, 女 농구 은메달리스트…매일 놀림받는 영웅’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오랫만에 근황을 알린 김영희는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얼마 전에 크게 또 아파서 2개월 동안 입원했다. 너무 힘든 고비를 병원 안에서 넘겼다. 거인병 (말단비대증)의 증상이 장기가 커지는 병이다. 예전에 수술했던 자리에 피가 많이 고여 있었나보다. 일종의 후유증이다”라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며 인사를 건넸다.

특히 김영희는 1984년 LA올림픽에서 여자 농구 은메달이라는 엄청난 업적에 대해 “키가 제일 컸었다. 옆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 저를 의식해서 쳐다보곤 했다. 위압감을 줄 수 있으니까. 그때 키가 2m5㎝였다. 선수들이 전부 팔짱을 따악~ 끼고 쳐다보는데, 우리는 그걸 내려다봤다. 속으로 ‘쟤네들 왜 저래’하고 생각했다. 우리 은메달 땄다고 밤새 소리지르고 뛰어놀았는데, 아래층에 있던 여자 핸드볼이 그다음 날 금메달을 따더라. 기가 팍~ 죽었다. 속으로 ‘너희가 설마 금메달 따겠냐’ 했는데 같은 구기 종목이기 때문에 약간의 경쟁심이 있었는데 막상 금메달을 따버리더라 이후 숨도 못 쉬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라고 추억했다.

이어 “카퍼레이드도 했다. 공항에서 내려서 차를 타고 손을 흔들며 시청앞까지 갔다. 또 시청에서 고향인 언양까지 갔다. 그때가 최고의 날이었던 것 같다.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전성기를 달리던 김영희는 3년 후 거인병 수술을 받게 되며 큰 시련에 빠졌다고. 김영희는 “86년 아시안게임까지 뛰었다. 그리고 87년 11월에 갑자기 훈련 중 반신마비가 오고 앞이 안 보였다. 실명할 뻔했다. 시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한기범 선수는 마르는 증상이었고, 나는 커지는 증상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그래서 84년도에 LA 올림픽 끝나고 왔을 때 몸이 이미 커져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그냥 살이 찐 것으로 알았다. 정보가 없었다. 잘 몰라서 진통제만 15알 이상을 먹었다. 그렇게 버텼다”라고 당시 힘들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김영희는 “수술 후 밖에 나가면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며 “등 뒤에서 ‘와~ 저것도 인간이냐’, ‘남자냐 여자냐’, ‘거인이냐’라는 소리들이 들려오더라. 바로 집으로 들어왔다. 어떤 할머니는 나를 흉칙한 동물 보듯 하면서 놀라시기도 했다. 당시 나는 ‘저도 사람입니다’라고 해명을 하곤 했다”라고 털어놨다.

김영희는 최근 입원 후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고 하며 “매달 나오는 체육 연금으로 한 달 생활비를 하고 있다. 70만 원 정도 나온다. 은메달 때문에 나온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선후배 농구인들에게 수차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영희는 “한달 나오는 연금 70만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돈은 보름이면 다 없어지기도 한다. 당시 힘들었을 때 후배 서장훈이 몇 번 도움을 줬다. 은행 통장으로 입금해줬다. 정말 마음이 너무나 따뜻하다. 또 허재 감독도 돈을 보내줬다. 대표팀에서 같이 운동했었다. 힘내라고 돈을 보내줬다. 정이 많다. 겉모습만 보면 안된다. 두 선수가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너무나 커서 많은 사람에게 부담을 드리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저를 알아봐주시고 기억해주시는 분들께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이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