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올들어 순익 20% 넘게 불어… 3년마다 재산정 가맹점 수수료 자영업자 피해에 추가 인하 유력, 카드론도 DSR 산정대상 포함 업계 “이자수익 30% 감소 우려”
올 들어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온 신용카드사들이 ‘이중 악재’를 만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이달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유력한 데다 내년 1월부터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새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카드론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민 대출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올 들어 9월까지 538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4702억 원)에 비해 14.6% 늘어난 규모다. 삼성, KB국민, 하나카드 등 실적을 발표한 다른 카드사도 일제히 순이익이 20% 이상 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소비심리가 개선된 데다 대출도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6월 말 현재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4조131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4.6%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실적이 계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3년마다 재산정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이달 추가로 인하될 것이 유력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수수료가 0.1%포인트 인하될 때마다 50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수료 인하로 발생한 적자를 카드론 등으로 만회해 왔는데 이번엔 카드론 규제까지 겹쳐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선 카드론 수요가 크게 줄면 이자 이익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미 카드사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카드론 증가세도 멈췄다. 카드론 잔액은 9월 5339억 원 줄어 1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카드사 관계자는 “DSR 규제로 줄어드는 수익이 최대 30% 정도일 것으로 추산돼 위기감이 크다”고 했다.
카드론을 이용해 왔던 서민 취약계층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은 생활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규제 강화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했다.
카드사들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 리스업 등 비카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데이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데이터거래 시장,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CB) 같은 새로운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 현지법인과 지점을 설립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본업인 카드 사업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다른 영역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