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일보DB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여 “업무상 배임의 범죄가 성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 등 전현직 임직원과 화천대유 측 인사들이 공모해 성남도개공이 챙겼어야 할 1793억 원의 수익금을 민간업자들에게 넘겨줬다는 내용이다.
성남도개공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9월에 만든 성남시 산하 공기업이다. 이 후보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그런 성남도개공이 스스로 배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고,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가는 나중에 중대한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성남도개공은 분양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이 사업의 실제 총매출액은 화천대유 측이 당초 제시한 금액보다 3849억 원 더 늘었다고 밝혔다. 사업협약서 초안에 적힌 내용대로 지분에 따라 추가 수익을 배당했다면 과반 지분을 가진 성남도개공은 1793억 원을 더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조항이 삭제되면서 전체 수익이 아무리 늘어도 성남도개공은 한 푼도 더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도 유동규 씨를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화천대유 측이 ‘651억 원+알파(α)’의 수익을 더 가져갔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적용한 배임 액수는 수사가 진행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성남시는 성남도개공의 관리감독기관이며 대장동 사업의 인허가권자다. 성남도개공 정관에는 중요한 재산의 취득 및 처분, 분양가격 등 결정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성남시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3개월짜리 사장 직대에 불과했다’는 유 씨가 성남시 또는 ‘윗선’과의 협의나 사전 교감 없이 독단적으로 이런 배임 범죄를 저질렀을지 의문이다.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제 시작 단계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그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