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대변인 “시기 예단 어려워” 교황 “北서 초청장 오면 방북” 의례적 답변外 계획 안밝힌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DMZ 철조망 십자가를 선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렬한 열망의 기도를 담아 만들었다”며 십자가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News1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시기에 대해 2일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따뜻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남북 및 북-미 대화의 모멘텀으로 교황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을 계기로 한 교황의 방북이 사실상 어렵다고 청와대가 직접 밝힌 셈이다.
박 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교황 방북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항상 기도해 주고 계신 교황님의 북한 방문은 그 자체로 숭고한 행보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이나 베이징 올림픽 등과 연결하지 않고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교황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차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을 돕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며 방북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북한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며 “교황 방북 시기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고령(85세)인 교황의 건강을 고려해 바티칸은 겨울에 교황의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북한의 방역 상황 등도 변수”라고 했다. 여기에 종전선언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된 상황에서 북한이 당장 교황을 초청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교황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북-미 관계가 교착되면서 교황의 방북 추진은 결국 무산됐다.
한편 박 대변인은 “(교황을 임기 내 2번 만난 것은) 문 대통령이 최초”라며 “그만큼 교황님과 대통령의 관계가 특별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님이 문 대통령 면담 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면담했기 때문에 3자가 시공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교황님을 매개로 한국과 미국이 연결된 것이다. 교황청도 이를 염두에 두고 일정을 조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럽 순방을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선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워낙 풍부한 성과가 있었고 그 후속 조치들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만 했다.
글래스고=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