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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석탄 ‘2030년 vs 2050년’ 논쟁 점화… 선진국-개도국 갈등

입력 | 2021-11-03 03:00:00

[탄소 감축 ‘COP26’] 세계기후총회 분야별 실무협상 착수




뉴시스

“2030년까지 삼림 벌채를 중단한다.”

한국을 포함해 105개국 정상이 세계의 삼림 훼손을 막기 위해 이같이 합의했다. 전 세계 삼림 3367만 km²가 대상이다. 한반도 면적(약 22만 km²)의 153배다. 이번 합의는 1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나온 첫 번째 성과다.

삼림 훼손 문제는 견해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글래스고 회의’는 2일 정상회의가 끝나면 3일부터 12일까지 각국 대표단이 분야별 실무협상을 벌인다.

○ 팬데믹·에너지 위기에 흔들리는 탄소중립

“지구 종말 시계는 자정 1분 전입니다.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COP26 개막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래스고 회의를 ‘세계 역사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표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결정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제난과 에너지 위기가 더해지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공동전선’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COP26에 앞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0이 되는 단계) 도달 시기를 놓고 의견이 모아지지 못했다. 2018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맞추려면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강조한다.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 책임을 선진국에 돌리고 있다. COP26에 불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서면으로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탄소중립 목표 시기는 2060년이다. 207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선진국들은 가능한 한 빨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조 달러(약 1175조 원)의 자금을 모아야 할 것”이라며 지원을 촉구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COP26 직전까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석유 증산을 요구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표면적으로는 역설(irony)처럼 보인다”면서도 “당장 올해 안에 혹은 내년에라도 석유와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석탄발전 퇴출 등 합의 쉽지 않을 듯

12일까지 석탄발전 중단, 기후기금 조성 등 90여 개의 구체적 의제가 논의된다. 대부분 국가별 입장이 달라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이라이트는 ‘탈(脫)석탄’을 논의할 4일 에너지 분야 회의다. 석탄발전은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원의 30%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주요 선진국은 2030년 석탄발전 완전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는 205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OECD 회원이지만 2050년 탈석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에도 전체 발전량의 21.8%를 석탄에 의존해야 한다. 중국 인도 등도 조기 탈석탄이 쉽지 않다.

만약 합의에 실패하면 EU 등은 독자 탈석탄 목표를 추진할 수 있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통상 장벽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국제 탄소시장 시스템이 이번에 얼마나 구체화될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특정 국가나 기업이 다른 나라에 숲을 조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자국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계산 방법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열리는 수송 분야 회의에서는 내연기관차 생산 종료 시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어떤 결론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