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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신중하라” 4분뒤… 도개공 사장 “대장동 배임” 보고서 공개

입력 | 2021-11-03 03:00:00

[대장동 개발 의혹] 퇴임 앞둔 윤정수 사장 직접 작성
이재명 “사장 개인의견” 주장에 “하고 싶은 얘기 보고서에 다 담아”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일보DB


“하고 싶은 얘기는 모두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윤정수 사장은 2일 집무실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윤 사장은 전날 낮 12시 8분경 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A4용지 15장 분량의 대장동 개발 자체 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3년 임기가 6일 끝나는 윤 사장은 다른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는 민간사업자 측 관련자들의 주도하에 공사의 담당자들이 가담하는 형식을 띠고 있으며, 이는 업무상 배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보고서 공개 이후 2015년 성남시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도개공 사장이 뭐라고 했다던데 그분 의견에 불과하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윤 사장은 “한마디도 안 하겠다”고만 답했다.

공사는 1일 오전 9시경 성남시에 윤 사장 명의로 된 자체 조사 결과 보고서에 법률자문 의견서를 첨부해 보냈다. 성남시는 오전 11시 21분 공문을 접수했고 40여 분 뒤인 낮 12시 4분경 공사에 ‘공개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오후 1시 10분에 공사에 접수됐다.

그사이 윤 사장은 낮 12시 8분 대장동 관련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윤 사장은 문건을 공개한 뒤 오후 2시경 대장동 자체 조사를 해온 대응TF단 회의를 주관했다. 윤 사장은 이 자리에서 “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향후 TF단은 기획본부장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진행될 텐데, 실무선에선 진행이 더딜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기업과 서울시 등에서 근무한 윤 사장은 은수미 성남시장의 임명으로 2018년 11월 7일 3대 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은 시장은 지난해 11월 부하 직원이 근무지를 이탈해 체육시설을 이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윤 사장을 해임했고, 윤 사장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돼 두 달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올 8월 1심 법원은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것으로는 해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하고, 연속 흑자 경영 달성 등 공적이 징계 의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성남=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