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의 최장수 외국인으로 활약한 뒤 현역 은퇴를 결심한 제이미 로맥(36)이 “한국에서의 5년이 나의 인생을 변화시켰다”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로맥은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은퇴 인터뷰를 진행했다.
늘 유니폼을 입고 취채진과 만나다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야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야구 선수로 뛰었고, 야구 하면서 오래 생활했다”며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셔츠를 입은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야구를 끝내고 일반인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담담하게 웃어보였다.
2017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로맥은 5시즌 동안 장타력과 수비실력을 겸비한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6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3, 610안타, 155홈런, 409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아쉽게 KBO리그 외국인 타자 통산 최다 홈런 기록에는 닿지 못했지만 타이론 우즈(174개), 제이 데이비스(167개)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써냈다. 155홈런은 SSG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기록이다.
로맥은 SSG에서 뛴 외국인 선수 중 최장수 외국인이다.
외인 선수 전체로는 헨리 소사(KIA·넥센·LG·SK), 더스틴 니퍼트(두산·KT)가 8시즌을 뛰어 최장 기간 활약했고, 로맥은 클리프 브룸바,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와 함께 5시즌 동안 활약하며 역대 KBO리그 등록 공동 10위에 올랐다.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작년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멘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다. 3월에 얻은 둘째와 떨어져야한다는 아쉬움도 컸다”면서 “아내에게 아들 둘을 맡기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로맥은 “아이들을 돌보며 남편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야구 쪽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라며 “야구가 나의 인생이었고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 다음 야구 세대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로맥은 오는 6일 고향인 캐나다로 떠난다.
◇다음은 로맥과의 일문일답
“야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야구 선수로 뛰었고, 야구 하면서 오래 생활했다.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셔츠를 입은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야구를 끝내고 일반인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
“작년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멘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다. 3월에 얻은 둘째와 떨어져야한다는 생각도 컸다. 아내에게 아들 둘을 맡기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가족들을 돌보고, 아이들을 돌보며 남편의 역할을 할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할 때처럼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일단 캐나다에 정착할 것이다.”
-오랜 시간 한 팀에서 뛰었는데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억에 남는 선수는.
“한 명을 집어서 감사하기보다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나의 커리어 뿐 아니라 팀을 생각하고, 선수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베테랑 선수들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 김강민, 박재상, 박정권, 박정배, 채병용, 나주환까지 베테랑 선수들이 잘해줘서 적응도 쉬웠다.”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언제인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점차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고 내가 (수비를 위해)잠실 1루에 서 있었다. 연장 13회말 상황에 김광현이 나왔다. 김광현이 몸 푸는줄 몰랐다. 나왔을 때 놀라고 소름이 돋았다. 집중하기 힘들었는데 잘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즌이 긴데 다같이 엄청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특별한 팀이었다.”
-2019년 올스타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팬 투표 1위를 하고 맥아더 분장을 했는데.
“당시도 기억에 남는다. 표를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 가족들이 창원에 와줘 기억에 남는다. 당시 영상과 사진 많이 가지고 있다. 당시를 계기로 팬 서비스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맥아더 장군 복장을 한 것도 재미있었다. 홍보팀과 마케팅팀이 강요했는데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됐다. 재미있어 해주셔서 감사했다.”
-5년 동안 KBO리그는 어땠나.
“한국에 오게된 것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에게 필요한 다른 스타일의 야구에 대해 눈 뜨게 해줬다. 미국은 암묵적인 룰에 의해서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가 적다. 한국에 와서 너무 재미있었고 팬들의 응원 분위기, 구장 분위기가 재미있었다.작년 상황 때문에 KBO리그가 미국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들이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메이저리그가 한국 야구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KBO리그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국 투수의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 발전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멘털적인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힐만 감독이 결과는 본인이 책임지고 과정을 강조했다. 이것이 성공 비결이었다. 동료들에게 경기 준비 열심히 하고, 과정에 집중하되 본인이 결정할 수 없는 결과는 놓아두는게 낫다고 말했다.”
-SSG에서의 5년은 어떤 의미인가.
“야구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여기서 보낸 5년이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었다. 인천에서 쌓아온 평생 갈 우정이 감사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인생을 변화시킨 중요한 시간이었다.”
-5년 동안 뛰면서 인상적이었던 댜른 팀의 타자와 투수를 꼽아달라.
“더스틴 니퍼트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이미 엄청난 것들을 이뤘다. 이승엽은 역사적인 선수라고 생각한다.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는 엄청난 타자인 것 같다. KT 강백호도 인상적이었다. 2018년에 강백호가 고교 졸업 후 바로 와서 경기를 뛰는 것을 보고 놀랐다. 스트레스 없이 자신감 있게 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순진하게 야구를 사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계속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 올 때 목표한 것을 이뤘나.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한국에 왔을 때 내가 안착할 수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개인적인 목표였는데 잘 안착한 것 같다. 이기는 것도 목표로 삼았는데 5년 뛰면서 플레이오프를 3번 갔다. 또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목표를 다 이룬 것 같고 후회는 없다.”
-지도자나 야구 행정 쪽의 진로를 생각하고 있나.
“결국 그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숨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다. 결정하기에는 이르다. 야구가 나의 인생이었고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 다음 야구 세대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록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없나.
“건강해서 외국인 최다 홈런 기록을 쓸 수 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다. 그 목표를 위해 내년에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돌아보면 후회는 없었다. 올해 외국인 선수 5년 연속 20홈런 기록을 써서 자랑스럽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
“2018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제이크 브리검 상대로 친 3점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점차로 지고 있었고, 실책으로 인해 내가 타석에 들어가게 됐다. 좋은 공이 들어와서 홈런을 쳤던 기억이 난다. 동점이 돼서 특별했다. 나의 커리어의 가장 중요한 홈런이었다. 이후로 경기 상황에 재미있게 전개돼 기억에 남는다.”
-후임 외국인 타자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진정성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하고 싶다.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할 수 있으면 한국 문화에 감사할 수 있고, 팀원들에게 고마울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에 대한 감사함과 진정성을 갖고 있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로서 자세 등에서 조언하고 싶은 것은.
“SK가 왕조 시절이 길었던 팀이다. 이 팀에 왔을 때 이전 우승 사진을 보면서 여기 걸린 선수들이 나를 보고 ‘저 선수는 내가 뛸 때 뛰었어도 잘 했겠다’는 생각이 드는 선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이 팀에 헌신하고, 팀을 우선 생각하면 개인 성적도 따라오고, 팀 성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투수는.
“양현종이다. 한국에 와서 1년 반동안 잘 쳤던 것 같은데 이후로는 공략을 잘 못했다. 직구가 정말 좋다. 몸쪽 높은 코스로 공략을 당해서 친 기억이 없다. 2019년은 거의 친 기억이 없다. 메이저리그로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기뻤다. 다음은 조상우다.
조상우는 시속 150~155의 직구를 던지는 선수여서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슬라이더만 던지더라. 대처가 안됐다. ‘왜 직구만 노렸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한다. 정우람도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시속 85마일로 던지는데 100마일로 느껴진다. 심판이 몸쪽 공을 잘 잡아주는 느낌이 들도록 던졌다. 몸쪽 노리고 들어가면 바깥에 체인지업에 당했다. 나보다 한 수 앞을 내다봤다.”
-사우나가 그리울 것 같진 않나.
“엄청 그리울 것 같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인데 그 습관은 없어질 것 같다. 아이들 쫓아다니고 기저귀 가느라 샤워할 시간조차 없을 것 같다.”
-SSG에서 기대되는 선수는.
“올해 SSG 투수 부상이 많았다. 부상이 없었다면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는 팀이었다. 박종훈, 문승원이 복귀하면 정말 잘할 것 같다. 한유섬도 올해 부상에서 돌아와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계속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점진적으로 좋은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의 경험을 인상깊게 남겨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경기장에 걸려있는 나의 유니폼, 팬들이 보내준 선물과 편지에 감사했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할지 모를 만큼 너무 감사하다. 평생 감사함을 간직하겠다. 처음에 송도에 갔을 때 사인해달라거나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이 많았는데, 이후에는 이웃으로 대해주셨다. 음식점, 카페에 가도 그런 것이 느껴졌다. 편하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제2의 고향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