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가우도를 가려는 관광객들이 다산다리를 건너고 있다. 가우도에는 출렁다리와 모노레일이 새로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강진군 제공
‘오매 단풍 들겄네/장광에 골 불은 감닙 날러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면/오매 단풍 들겄네….’(영랑의 시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중에서)
전남 강진군의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에는 한국 순수 서정시의 선구자인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이름을 딴 ‘영랑나루 쉼터’가 있다. 육지와 연결된 다리를 건너 해안을 낀 덱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제법 넓은 공간의 쉼터다. 의자에 앉아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랑 동상 주변으로 ‘모란이 피기까지’ 등 그가 남긴 아름다운 서정시가 걸려 있다. ‘오매 단풍 들겄네’로 시작하는 시는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가우도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 오감만족의 섬 가우도
가우도는 면적 0.32km², 해안선 2.5km의 작은 섬이다. 섬의 모양이 소의 멍에를 닮았다고 해서 ‘가우도(駕牛島)’로 불린다. 가우도가 요즘 ‘오감만족의 섬’으로 인기다. 모노레일과 출렁다리가 개통하는 등 체험거리가 늘면서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숲길을 걷다 보면 또 하나의 다리를 만난다. 올 7월에 개통한 길이 150m, 폭 1.8m, 높이 15m의 출렁다리다. 출렁다리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가우도 둘레길에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9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모노레일은 가우도의 명물이 됐다. 강진군은 40억 원을 투입해 가우나루에서 섬 정상에 자리한 청자타워까지 길이 264m의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차량 30인승 2대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청자타워까지 올라가는 데 5분 정도 걸리는데 개통 두 달여 만에 이용객이 1만 명을 넘어섰다. 높이 25m의 청자타워를 출발해 대구면 저두 해안까지 973m의 바다 위 하늘을 시원하게 가르는 집트랙의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
○ 체류형 관광지로 변신
가우도는 2019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100선’에 이어 올 7월 ‘2021 찾아가고 싶은 33섬’에 선정되는 등 ‘힐링의 섬’으로 명성을 쌓아 가고 있다.
2014년 관광객 17만6330명이 찾았던 가우도는 2015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1호’로 선정된 이후 43만2606명이 다녀갔다. 2016년 71만2067명, 2017년 87만3057명의 관광객이 찾아 정점을 찍었다. 2018년 68만 명, 2019년 56만9876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지난해 30만7199명으로 관광객이 줄었지만 가고 싶은 섬 선정 전보다 13만869명이 증가했다. 이는 18개 전남도 가고 싶은 섬 중 관광객 방문 수 1위다.
코로나19로 안심 여행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소규모 여행 수요가 늘어나자 강진군은 맞춤형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코로나19로 관광 흐름이 비대면, 치유, 자연친화 등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소규모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강진을 찾는 관광객에게 재미와 힐링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